"대기업 취업하면 뭐하나요? 집 있는 백수 못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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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2-09 14:35   수정 2020-12-10 10:13

"대기업 취업하면 뭐하나요? 집 있는 백수 못 따라갑니다"

"회사 열심히 다니면서 월급 모으면 뭐하나요? 서울에 괜찮은 집 한 채도 못사는데요. 요즘은 고정 수입이 없더라도 차라리 집 한 채 가진 사람이 더 낫다라는 생각이 드네요."(10년차 대기업 사원 A씨)

집값 폭등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3040 젊은층들이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4번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역대 최고 수준의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대출 제한 등 각종 규제는 많아져 '금수저'가 아닌 근로 소득만으로는 서울 아파트에서 '똘똘한 한 채'를 구입하는 게 원천 봉쇄됐다는 게 이들의 한탄이다.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정부 약속을 믿고 아파트 구입을 미뤘다가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모두 올라 이도 저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을 두고 '벼락거지'란 신조어까지 나왔다. 갑자기 큰돈을 번 '벼락부자'와 달리 본인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주택가격이 뛰는 바람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무주택자를 일컫는 말이다.
전셋값 3년 전 매매가 넘어서
3040 세대가 집을 사기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는 집값 폭등이다. 3~4년 전 집 살 돈으로 이제는 전세살이밖에 못 하는 시대가 됐다. 서울은 물론 지방까지 집값도 전셋값도 모두 폭등한 탓이다.


9일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20억원에 전세 거래가 됐다. 이 면적 기준으로 처음으로 전셋가 20억원(3층)을 찍었다. 2016년 12월 매매가는 17억원(7층)이었다. 지금 전셋값이면 4년 전 집을 사고도 약 3억원이 남았다. 오른 전셋값만큼 집값은 더 올라 최근 이 아파트 매매가는 36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 같은 현상은 강남 뿐만이 아니다. 서울 외곽지역에서도 전셋가가 3~4년전 집값을 넘어서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노원구 청구 3차 전용 84㎡도 지난 9월 7억원에 전세 거래됐는데 3년 전 집값은 5억원대였다. 이달 매매 가격은 12억원에 이른다. 구로동 신도림 태영데시앙 전용 84㎡의 경우에도 2017년 5억원대에 살 수 있었지만, 최근 전셋값이 6억5000만원을 찍었다. 매매가는 11억2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갱신했다.

청와대 청원에도 집값 폭등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다. 한 청원인은 "고시 합격을 하는 순간, 존경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사람이 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전 처음 '집값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말 한마디에 조롱을 당했다. 집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일평생 노력해온 나를 한 순간에 바보로 만들더라"고 썼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3분기 KB아파트 PIR(Price to income ratio·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서울 지역 집계치는 12.2였다. KB부동산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중산층이 가구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12년이 넘게 걸린다는 것이다. 소득은 변함이 없거나 줄어드는 데 반해, 아파트값은 계속해서 오른 탓이다.
퇴로 막아 금수저 아니면 '내 집 마련' 꿈도 못 꿔
이에 더해 정부는 규제로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만드는 중이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수요 억제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서울의 주택 담보인정비율(LTV)은 70%에서 40%로 줄었다. 여기에 '12·16 대책'으로 9억원보다 비싼 아파트를 살 때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0%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15억원 이상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다. 부모의 도움을 받는 금수저가 아니면 3040 세대의 똘똘한 한 채 마련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신용대출까지 막았다. 연소득 8000만원 초과 고소득자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살 때 신용대출을 1억원 초과해 받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 부부가 각자 1억∼2억원씩 신용대출을 받으면 주담대외에 추가로 2억∼4억원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이 같은 우회로를 택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정부가 신용대출을 옥죄자 시장에서는 '흙수저 고소득자'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외국계회사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전세 매물이 너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영끌’해 집을 마련하려 했는데 이젠 이마저 어려워졌다"며 "근로소득과 주택담보대출을 합쳐선 집값을 대기 불가능한데 신용대출까지 막으면 돈 많은 부모를 가진 금수저 현금 부자만 집을 사라는 얘기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며 내놓은 '빌라 공급책'도 3040세대를 분노케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1·19 전세대책이다. 아파트 전세난을 다세대·다가구 위주의 매입임대 공급으로 해결하려고 나섰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등이 잇따라 임대주택을 방문해 "아파트만큼 좋다"고 홍보하고 나섰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분위기다.

중견기업에 8년째 재직 중인 윤모 씨(35)는 "정부가 각종 규제를 내놔 매매를 어렵게 만들어놓고서는 공급 대책이라고 임대 아파트만 잔뜩 내놓은 걸 보니 무주택자들에게 사실상 집을 사지 말고 평생 월세살이를 하라는 얘기라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젠 어지간한 서울 아파트가 대부분 10억원을 넘으면서 30대 월급쟁이가 돈을 모아 자산시장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며 "종잣돈을 마련하는 것이 노동소득만으로는 힘든 상황인데 무주택자에 한해선 신용대출 규제를 풀어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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