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은 히말라야 같은 경배의 대상…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은 '희망'

입력 2020-12-10 17:30   수정 2020-12-11 02:23


많은 이가 물어본다. 베토벤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가. 고백하건대 베토벤을 사랑하기보다 경배한다. 쇼팽과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본능적으로, 육감적으로 유혹하듯 다가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으로 내몬다. 반면 베토벤은 끝없이 솟아 있는 히말라야와 같이 일생의 ‘큰 숙제’로 다가온다.

베토벤은 보통 사람들이 감내하기 힘들 정도의 불행을 수없이 경험했다. 베토벤의 이웃들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폭행당했다고 여러 차례 증언했다. 피아노 연습을 시킬 때마다 폭행이 앞섰다고 한다. 아버지는 베토벤을 무조건 신동으로 만들길 원했고, 결국 그는 나이까지 속여가며 첫 연주회를 열어야 했다. 신동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일곱 살인 베토벤의 나이를 여섯 살이라고 속인 것이다.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 어린아이의 심정은 어땠을까. 조마조마한 마음과 압박감 속에서 제대로 연주나 할 수 있었을까.

이후로도 수차례 폭행과 실패를 겪은 베토벤은 열두 살이 돼서야 비로소 진정한 스승 네페를 만나 음악을 공부할 수 있었다. 일찍이 여섯 살 때부터 온 가족이 함께 유럽을 돌며 당대 훌륭한 작곡가들에게 작곡법을 배운 모차르트와 비교된다. 하지만 베토벤은 그의 우상이자 콤플렉스였던 모차르트 못지않은 뛰어난 음악가로 성장했다. 빈에서 성대히 치러진 베토벤의 장례식에는 2만여 명에 달하는 추모객이 모여들었다. 모차르트는 쓸쓸히 홀로 묻혔다.


그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전통에서 벗어난 과감한 ‘혁신’ 덕분이다. 베토벤은 기존의 틀을 깨고 자신만의 유일무이한 음악을 만들었다. 그는 “더 큰 아름다움을 위해 깨뜨릴 수 없는 법칙이란 없다”고 말하며 파격적인 화음도 탄생시켰다. 당시에는 대부분 음악이 안정감 있는 ‘으뜸화음’으로 시작됐다.

반면 베토벤의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은 그렇지 않았다. 이 발레곡은 듣는 이에게 긴장감을 주는 ‘딸림화음’으로 시작한다. 이를 통해 ‘음악은 안정적인 화음으로 시작돼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평론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 혹평을 늘어놓자 베토벤은 이렇게 말했다.

“마음껏 떠들도록 내버려두시오. 저들이 지껄인다고 해서 그 누구도 불멸의 존재를 만들 수 없습니다. 아폴로신만이 수여할 수 있는 불멸의 영예를 빼앗을 수도 없습니다.”

베토벤이 태어난 지 2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는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

또 다른 힘은 ‘교향곡 9번(합창)’에 담긴 그의 철학과 신념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음악엔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된다.” “모든 사람은 서로 포옹하라! 온 세상의 입맞춤을 받으라”는 문구가 나온다.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 일부다. 그는 인류의 우애를 찬양하는 이 시를 자신의 마지막 교향곡 피날레에 사용하면서 평등주의, 사랑과 자유를 노래했다.

청각장애, 폭력, 불우한 유년 시절 등 한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부딪힐 수 있는 거의 모든 벽에 부딪혔던 베토벤. 그러나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극복했다. 이 정신은 고스란히 선율에 담겨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의 마음에 울려퍼지고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은 지구상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 중 하나다. 연말엔 이 곡이 대부분 국가에서 연주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6년 동독과 서독에서 공동 선수단을 꾸려 멜버른 올림픽에 참가할 때도 이 곡으로 함께 행진했다.


유독 지난했던 한 해의 끝자락, 모두가 하나 돼 인류의 평등과 사랑을 노래하는 것만큼 의미있는 일이 있을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끝내 자유와 환희에 다다른 용기와 힘. 베토벤이 남긴 위대한 유산은 오늘날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한다.

임현정 <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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