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왔다" CCTV·경찰 배치했지만…거주지 곳곳 '사각지대'[현장+]

입력 2020-12-12 08:30   수정 2020-12-12 08:59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다시 교도소로 들어가 버렸으면 좋겠다. CCTV, 경찰이 무슨 소용이냐."
"사생활 침해하면서 감시할 것도 아니지 않냐. 반포기 상태다."
"남편이 이제 혼자 등산도 산책도 나가지 말라고 한다. 대책도 없이 걱정만 남았다."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68)이 12년 형량을 마치고 12일 오전 6시께 사회로 돌아왔다.

이를 앞두고 안산시와 법무부, 검·경은 1대1 밀착감시, 방범초소 및 방범용 폐쇄회로(CC)TV 설치 등 조두순 재범방지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대책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란 목소리가 쏟아졌다. 실제로 조두순 예상 거주지 현장에선 감시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사각지대'와 대책이 미처 다루지 못한 '구멍'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주민들의 공포와 불안이 극에 달하면서 재범방지대책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조두순의 재범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은 물리적 통제와 인적 감시 강화가 아닌, 범죄를 일으키는 직접적이고 내부적인 요인을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대적 재범방지대책에도…'사각지대·구멍' 곳곳에
조두순 만기 출소를 하루 앞둔 11일 정오경 <한경닷컴>이 찾은 A동 인근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조두순 예상 거주지로 알려진 A동 주변에 위치한 놀이터 5곳은 모두 비어 있었다. 길거리에서도 아이들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골목마다 CCTV도 설치됐다. 안산시는 최근 조두순의 거주지 부근에 CCTV 15대를 추가 설치한 바 있다.

빌라와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인 A동의 가장 큰 변화는 최근 들어 뉴스 화면에서나 볼 법한 십여명의 경찰이 수시로 오가고 있다는 것. 조두순 예상 거주지 골목의 양 끝에는 이날부터 24시간 감시에 들어가는 초소 2개가 설치됐다. 초소에는 경찰관 2~3명과 청원경찰 4~5명이 번갈아 경계를 섰고, 순찰 차량 2~3대도 좁은 일방통행 길을 따라 수시로 이동하며 주변을 살폈다. 낯선 모습에 주민들은 "진짜 오나 보다. 더 조심해야지, 아휴" "동네가 흉흉해졌다" 등의 푸념 섞인 말을 나누며 지나갔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이러한 조치들이 조두순의 재범 근절과 주민들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조두순 예상 거주지 반경 500m 내에는 어린이집이 7곳이나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어린이집 정문을 비추는 CCTV도 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자주 산책하는 아파트 단지 뒤쪽에 바로 산과 연결된 등산로에서도 CCTV를 찾아볼 수 없었다.

주민들 이동이 잦은 편인 좁고 어두운 골목에는 CCTV가 설치되긴 했으나 숫자가 충분해 보이지 않았다. 12개가량 빌라가 마주보고 있는 골목마다 설치된 CCTV는 한두개 정도. 빌라 벽과 벽 사이 틈이나 주차장 내, 지하 통로 등의 공간을 모두 감시하기는 불가능했다. 조두순 예상 거주지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큰길을 건너자 골목당 설치된 CCTV 수는 더 줄었다.

현장에서 가장 걱정된 부분은 방치된 상가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인지 주변 교회나 상점들이 운영을 중단한 경우가 많았다. 대다수 건물 유리문이 잠금장치가 없어 들어갈 수 있었다. 네다섯 건물은 내부 화장실 문도 손쉽게 열 수 있었다. 조두순 예상 거주지 바로 옆 골목에서 공사 중인 건물 또한 안쪽으로 들어가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위급 상황 발생시 누르면 경찰이 출동한다는 '안심비상벨'의 실효성도 의문이었다. 주변을 몇 차례 돌아봤으나 안심비상벨을 좀처럼 발견하기 힘들었다. 결국 근처를 순찰 중이던 경찰에게 위치를 물어봐야 했다. 시선보다 아래쪽에, 그것도 작은 버튼 모양으로 표시된 안심벨을 긴급 상황에서 잘 찾아낼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었다.

지자체도 조두순 재범방지대책에 일부 '사각지대'와 '구멍'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안산시 관계자는 "상가 내 화장실 등은 개인 소유물이라 닫으라고 강제하기도 어려운 부분이다. 다만 범죄 발생 가능성이 있는 만큼 권고 조치를 검토해보겠다"면서 "비상벨 위치를 표시한 안내문을 내년 1월 내 배포 검토 중이며 CCTV도 내년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아무리 대책을 내놔도 조두순이 갈 곳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지자체 조치가 조두순의 재범을 완전하게 막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불안한 시민들 "실질적 대책 아니다" 한목소리
시민들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이날 <한경닷컴>과 만난 안산시민 12명은 "(대책의) 재범방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십여년간 안산에 거주했다는 우모씨(56)는 "한 사람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 버렸으면 좋겠다"며 "CCTV를 설치하고 경찰이 단속하더라도 일일이 어떻게 다 감시하나. (조두순) 사생활 침해하면서까지 지켜볼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사하게 하든지 보호기관으로 넘긴다든지 해야 안심하지, 풀어주고선 어떻게 대책을 세운다는 거냐"면서 "아이들뿐 아니라 새벽에 다니는 학생들, 여성들 다 어떻게 할 것이냐. 전자발찌 차도 (범죄를) 할 사람들은 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산 고잔동 주민 위모씨(56)도 "주변에 어린아이 둔 부모들은 너무 불안해하더라. 밖에 잘 나오려 하지도 않는다"며 "사실 나쁜 마음 먹으면 그런 부분(재범방지대책) 생각하고 저지르겠냐. 최근에는 서울에 있는 친구들한테서까지 무섭겠다며 연락이 와 마음이 너무 안 좋다"고 했다.


같은 동 주민 정모씨(52)는 "지금이야 워낙 관심이 집중되니까 범죄자도 조심하겠지만 시간 지나면 조심하겠느냐. 사실 조두순이 그 동네만 있을 것도 아니지 않나"라면서 "그 사람이 어디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데 불안감이 어떻게 사라지겠느냐. 한 사람에게 그만큼의 세금이 들어가는 것도 낭비 같다"고 말했다.

안산시민 이모씨(51)는 "감시로 되겠나. 차라리 행동반경을 정해두고 제지를 했으면 좋겠다"면서 "(조두순을) 보면 바로 인지할 수 있도록 현재 얼굴도 많이 배포됐으면 좋겠다. 뉴스로 잠깐 보는 것으로는 못 알아볼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잔동 주민 정모씨(65) 역시 "사람이 바뀌지를 않는데 감시한다고 바뀌겠나. 차라리 교육을 더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거주지 근처로 잠시 산책 나왔다는 윤모씨(49)는 "이 자유도 이제는 못 누릴 것 같다. 새벽에 산책을 즐기는데, 남편이 내일부턴 혼자 나가지 말라고 한다"며 "이제 혼자 등산 다니는 것도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안산시민 김모씨(60)와 박모씨(61)는 "양심에 달린 문제라고 봐야지, 어떻게 하겠느냐. 반포기 상태"라고 전했다.

전문가들 "직접적 요인이 핵심…제도적 장치 필요"
전문가들은 "조두순의 재범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은 물리적 통제와 인적 감시 강화가 아닌, 범죄를 일으키는 직접적이고 내부적인 요인을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국제협력실장은 "CCTV, 관리 감독, 동선 추적 등의 조치가 조두순의 재범 방지에 미칠 직접적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범죄자는 일반적으로 감시가 두려워 스스로 범죄를 억제하진 않는다. 특히 성범죄 자체가 대부분 집, 은밀한 장소 등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부의 CCTV와 경찰이 재범 방지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또한 "물리적 조치는 틈이 반드시 있고, 그 틈을 이용해 범죄 욕구를 가진 이들은 언제든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 근본적으로 정신적 부분을 고치는 게 우선"이라면서 "조두순을 비롯한 출소자들의 재범을 막으려면 사회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나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가적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조두순의 재범을 방지할 구체적·근본적 해결책으로 대면면담 확대와 법원의 음주제한 조치를 꼽기도 했다.

윤정숙 실장은 "범죄자가 억제력과 자제력을 잃으면 재범이 발생한다. 대부분 심리적 요인들 때문"이라며 "본인의 내면 상태를 털어놓는 보호관찰관과의 대면면담이 재범 경로를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대면면담 횟수를 늘려 재범의 가능성이 커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조두순이 종래에 범죄를 저질렀던 상황들을 보면 음주, 소아에 대한 판타지와 소아성애적인 성향들이 성범죄를 일으키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진단된다. 법원의 음주 제한 조치는 꼭 필요하다"면서 "가능하면 아동이 나오는 음란물도 제한해야 한다. 아동이 있는 공간에 접촉하는지 면밀히 살피고, 관련 생활상이 보고될 경우 추가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짚었다.

현재 검찰은 조두순에 대해 음주를 제한하는 특별준수사항을 추가 적용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한 상태.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조두순은 일정량(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음주가 금지된다. 또 피해자·아동보호시설 접근 금지되고 심야 시간대 외출도 제한된다. 법원은 검찰의 특별요청에 대해 이르면 오는 15일께 결론을 낼 전망이다.
※ 현장 취재시 시민 대상 인터뷰에서 조두순 거주 예정지 A동 주민은 전적으로 배제하고 진행됐습니다.
안산=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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