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秋에 끌려다니는 문 대통령…급격한 레임덕 올 것"

입력 2020-12-12 00:59   수정 2020-12-12 01:01

김형오 전 국회의장(사진)이 11일 “대통령이라 부르고 님자까지 붙이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착잡한 심정으로 글을 쓴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의 글을 내놨다.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추미애-윤석열 사태 등이 대통령을 급격한 레임덕으로 내몰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원고지 17매 분량의 글을 통해 “며칠 전 몇몇 부처 장관에 대해 개각을 단행한 데 이어 말 많은 공수처법을 개정했고 며칠 뒤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해임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탄생한 이후 역대 가장 힘센 대통령이 됐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만만한 야당을 상대로 하니 이제 거칠 것이 없게 됐다”며 “입법·행정·사법의 삼권은 말할 것도 없고 권한과 영향력을 미치는 모든 조직·세력·기구 모두 ‘친여·친청와대·친문재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500년 조선 왕조의 어떤 임금님보다도 막강하지 않으냐”며 “그런 제왕적 권한을 가졌는데도 대통령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고 적었다. 그는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냐”며 “이 나라가 대통령 개인의 것도, 청와대나 ‘문빠’나 보이지 않는 검은 세력의 것도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니 노심초사가 클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문득문득 유신 말기 상황이 떠오른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최근 추 장관의 행태는 참으로 가관”이라며 “눈 하나 깜짝 않고 헌법과 법률, 관련 규정을 무시하거나 편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절제를 모르는 권력의 종말이 어떻다는 건 잘 알 것”이라며 “충신 세 명만 있어도 백제는 망하지 않았고, 의인 열 명이 없어서 소돔과 고모라는 잿더미가 되지 않았던가”라고 썼다.

김 전 의장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윽박지르는 것이 민주적 통제냐”며 “선출된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자기가 임명한 장관에게 끌려가는 듯한 모습은 대통령의 민주적 통제가 고장났음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국회에서 해야 함에도 국회는 청와대의 부속품으로 취급당하고 있다”며 “국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출범을 앞둔 공수처에 대해서는 “공수처법을 강제로 제정하더니 이제는 만천하에 웃음거리가 되는 방식으로 다시 개정했다”며 “공수처를 통해 정권에 ‘삐딱한’ 판검사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중·삼중의 통제기구나 법을 만든다고 권력이 오래가거나 권력자가 행복할 수 없다”며 “오히려 그것이 족쇄가 되고 내부 권력투쟁으로 급속히 붕괴한 역사를 우리는 수없이 봐오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김 전 의장은 “레임덕 없는 후반부를 구가하려다 엄청나고도 급격한 레임덕을 맞이하게 됐다”며 “권력의 하향점에서 권력은 곡선이 아니라 직선으로 내려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대통령이 하나씩 내려놓을 때”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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