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삼성SDI 주가…전기차 아닌 '이것'이 결정한다[노경목의 미래노트]

입력 2020-12-12 14:41   수정 2020-12-12 14:51


최근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 배터리사업부),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상승이 눈부시다. 테슬라를 필두로 한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며 배터리 수요도 급증한 결과다.

배터리는 기술 발전과 함께 갈수록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손전등이나 CD플레이어, 완구 정도에 들어가던 것이 2000년대를 맞으며 사용이 급격히 확산됐다. 휴대폰을 시작으로 PC와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워치 등 일상 생활을 함께하는 주요 전자제품에 배터리가 들어간다.

그리고 이제는 배터리가 자동차를 굴리는 시대가 됐다. 때로는 뒤따르며, 혹은 앞서서 먼저 활로를 열며 현대 기술발전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부품으로 배터리는 성장했다. 올해 세계 에너지저장 포럼에서 나온 '어디에나 배터리(batteries everywhere)' 슬로건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한창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전기차 이후에 배터리를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영역은 어디일까.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신재생에너지가 10~20년 뒤 상당한 배터리를 필요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머스크도 주목하는 새 배터리 수요처
국내에서는 정책 추진 속도와 관련한 논란이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EU를 필두로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30~40년내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걸면서 태양광과 풍력 등을 통한 전력 생산 비중은 갈수록 늘고 있다.

매년 10~20%씩 설비 단가가 떨어지면서 상당수 국가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도 하락했다. 한국도 지난달 보조금을 합한 태양광 전력 현물 거래가격이 ㎾h 당 80원 이하에 이르렀다. 원자력발전보다 조금 비싸지만 석탄화력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를 위해 해결돼야할 문제가 있다. 하루에도 극과 극을 오가는 전력 생산능력이다. 태양광은 날씨에 따라 동일 설비에서도 전력 생산 편차가 크다. 밤에는 전력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풍력도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전력 생산을 전혀 못하는 것은 물론, 바람이 지나치게 세게 불면 멈춰 세워야 한다. 과부하로 시스템 전반에 무리를 줄 수 있어서다. 이같은 문제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제주도 풍력 설비는 43차례나 멈췄다.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배터리다. 전력 생산이 많은 시간에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 뒀다가, 발전 설비가 멈추는 시간에는 배터리에서 전력을 뽑아 쓰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유행으로 세계 전력 수요가 감소하면서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저장하는 문제는 더욱 중요해졌다. 영국 민간 발전사 하모니에너지의 피터 캐버나 사장은 FT와 인터뷰에서 "태양광과 풍력이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가지게 됐지만 전체 에너지 공급에서 일정 정도의 비중을 담당하려면 저장 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확인했다"며 "코로나19는 이같은 기술 수요에 대한 인식 확산을 5년 정도 앞당겼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로 수요가 급증하며 생산설비도 늘어나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은 87% 하락했다.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는 2030년까지 리튬이온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저장장치가 741GWh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전기차 보급 확대로 2035년 관련 전력 수요가 올해보다 13.9GW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점을 비교하면 에너지 저장장치 관련 배터리 수요가 얼마나 엄청난지 짐작할 수 있다.

테슬라의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배터리 자체 생산 능력을 확충하며 "테슬라의 배터리 사업이 전기차 사업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도 신재생에너지발 수요를 내다봤기 때문이라는 FT의 분석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배터리 기업들을 사들이며 관련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발전 전력 전용 배터리, 새로 나올까
하지만 최근 테슬라 자동차의 발화 사건에서 보듯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태양광 발전 전력을 저장하는 ESS 역시 발화 사고가 잦다. 2017년과 2018년 2년동안 한국에서만 33번의 화재가 발생했다.

한번 충전 후 전력 공급 시간이 4시간에 불과한 점도 문제다. 해가 저문 밤 시간동안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하기에는 턱없이 짧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에너지 위원회는 태양광 에너지 저장장치는 10시간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발전 전력 저장용 배터리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것에 비해 크기나 무게 등의 제한이 적다는 점에서 리튬이온 이외에 다른 소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겨냥한 별도의 배터리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것이 바나듐 배터리다. 바나듐은 절삭공구나 크랭크 축 등 높은 강도가 필요한 제품에 사용되는 희소금속이다.

바나듐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크기를 쉽게 키울 수 있어 저장 전력도 늘어난다. 8~10시간동안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고 배터리 자체의 수명도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길다.

화재 등의 위험이 적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중국 다렌에서는 바나듐 배터리로 시 중심가에 800㎿h 규모의 세계 최대 전력 저장시설이 짓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저장시설의 6개 규모라고 한다. 화재 위험이 적어 사람이 밀집된 지역에 해당 저장시설을 지을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저장 배터리로 바나듐 배터리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희소금속이지만 수요 확대와 함께 채굴도 늘어나 2018년 11월 ㎏당 127달러이던 바나듐 가격이 최근 25달러까지 하락했다. 한국의 배터리 3사도 바나듐을 기반으로 한 배터리 개발 및 양산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무인기 실험을 한 LG화학의 리튬황 배터리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해당 무인기는 낮에 태양광 발전한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해 밤에 비행하는 방식으로 13시간동안 날았다.

같은 크기의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2배 더 많은 전력을 저장할 수 있지만 수명이 짧다는 것이 단점이다. 가벼운 무게 등을 감안할 때 상용화되더라도 전력 저장보다는 전기차 등 모빌리티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발전 전력 저장의 대안들
발전 전력 저장용 배터리 시장의 확대는 에너지 산업의 구조를 바꿔놓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배터리업체들이 계속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배터리 이외에 다른 전력 저장 방법은 없을까. FT에서 설명한 기술들을 나열해 본다. 해당 기술들을 살펴보면 공급의 즉각성과 저장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 등 여러 면에서 배터리를 넘어서는 기술은 당분간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양수발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으로 낮은 곳에 있는 물을 높은 곳으로 옮긴 뒤 전력 생산이 없는 야간에 아래로 흘려보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저장의 97%가 이런 방식이다. 하지만 높은 곳에 별도의 인공호수를 만들어야 하는 등 장소의 제약이 크다.

▷공기 액화=전력이 생산되는 시간에 공기를 액체 상태까지 냉각시킨 뒤, 전력을 만들 수 없을 때 기화시킨 공기로 터빈을 돌려 전력을 만든다.

▷수소 생산=여분의 전력으로 물이나 공기에서 수소를 분리한 뒤 전력이 생산되지 않는 시간에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에너지 저장 방법 중에 가장 손실이 큰 편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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