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실린·비아그라로 인류사 바꾼 화이자, 이번엔 코로나다 [너의 이름은]

입력 2020-12-13 08:30   수정 2021-03-11 00:02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지난 11일(현지시간) 화이자(Pfizer)가 개발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을 포함해 코로나19 감염 위험군을 중심으로 우선 수백만명에 대한 접종이 수일 내 시작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계된 영상에서 "첫 백신 접종이 24시간 내에 이뤄질 것"이라며 "페덱스, UPS 등과 협조해 이미 미국 전역에 배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미국은 영국·캐나다·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멕시코에 이어 화이자 백신을 승인한 6번째 국가가 됐다.

앞선 8일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이 백신의 접종이 이뤄졌다. '코로나19 백신 전쟁'에서 수많은 제약사 중 화이자가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화이자는 어떤 회사?

화이자를 최초로 설립한 건 미국으로 이민한 독일인 2명이다. 사촌지간으로 독일 루드빅스부르크에서 자란 찰스 화이자(Charles Pfizer)와 찰스 에어하트(Charles Erhart)는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모험을 갈망했다. 당시 신세계로 불리던 미국으로의 이주를 결심했다. 찰스 화이자는 독일에서 약제사 수련생으로 화학을 공부했고 찰스 에어하트는 또 다른 친척인 칼 프레드릭 화이자에게서 제빵 기술을 익히며 효모에 관심을 가졌다.

미국에 도착한 이들은 각자의 지식과 기술을 합쳐 1849년 뉴욕 브루클린에 화학약품 회사 찰스화이자앤컴퍼니(Charles Pfizer & Company)를 설립했다.

회사에 변곡점을 가져다준 사건은 페니실린. 1928년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페니실리움(penicillium·푸른 곰팡이)에서 분비되는 곰팡이 액(mold juice)에 병원균을 죽이는 성질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을 만들지는 못했다.

1941년 컬럼비아대는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페니실린이 전염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화이자의 존 데이븐포트(John Davenport)와 고든 크레그월(Gorden Cragwall) 연구원은 사업 가능성을 봤다. 화이자는 두 연구원의 설득으로 대량생산 경쟁에 뛰어들어 3년 동안 막대한 자금을 페니실린 제조에 쏟아부었다.

그 결과 1944년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과 함께 노르망디에 상륙한 페니실린의 90%가 화이자 제품이 됐다. 전쟁 기간 연합군의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데 사용된 페니실린 절반가량이 화이자 제품이었다.

화이자는 페니실린 대성공 이후 1946년 스트렙토마이신, 1950년 테라마이신, 1967년 비브라마이신을 개발해 항생물질을 주력으로 하는 의약품 제조회사로 발전했다.

특히 1998년 첫 생산된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는 전세계 성 기능장애 환자들로부터 각광받았다. 시판 3주 만에 35만건의 처방이 이뤄졌고 1998년 한 해 7억8800만달러(한화 약 8610억원)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2000년에는 전세계 성 기능장애 의약품 판매 시장에서 점유율 92%를 차지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화이자의 지난해 전세계 처방약 매출액은 436억6200만달러(약 48조7000억원)로, 로슈와 노바티스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화이자 백신 인류 구원할 구세주 될까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의 명성을 다시 한번 높일 도전이 될 수 있다. 화이자는 임상 3상 시험 참가자 가운데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 170명을 분석한 결과 백신을 처방받고도 코로나19에 걸린 경우는 8명에 그쳐 예방효과가 95%에 이른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과가 연령과 인종, 민족적 차이 없이 일관적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도 예방효과가 94%를 넘겼다고 밝혔다.

심각한 부작용도 보고되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가장 일반적인 부작용은 피로다. 임상시험 참가자의 3.7%가 2차 백신 투여 후 피로 증상을 보고했다. 두통 증상을 보인 참가자는 2%로 집계됐다.

이 백신은 28일 간격으로 2회 투여해야 한다. 두 번째 백신을 맞고 난 7일 후부터 예방효과가 나타난다. 가격은 미국과 맺은 계약을 기준으로 1회 투여분 당 19.5달러(약 2만1500원)다.

다만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70℃) 이하의 초저온 '콜드 체인'을 통해 유통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국내에 도입하려면 초저온 상태로 백신을 유통하고 보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사전에 구축해야 한다.

알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임상3상 초기 결과 백신의 예방력을 보여줬다"며 "전 세계인들의 건강 위기를 종식시키기 위한 돌파구 제공에 한걸음 다가섰다"고 자신했다.
왜 국내 여론은 아스트라제네카보다 화이자일까
화이자 백신에 대한 국내 반응은 기대 일색이다. 앞서 정부가 도입을 강력 추진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가 화이자나 모더나에 미치지 못하고 가격이 저렴해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현재 공개된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 3상 중간분석 결과에 따르면 예방효과는 70% 정도다. 백신의 예방효과는 영국 옥스퍼드대가 영국과 브라질에서 진행한 임상 3상에 참여한 총 1만1636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됐다.

그 결과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의 예방효과는 두 가지 용량을 종합해 봤을 때 70.4%로 나타났다. 전체 용량의 백신을 2회에 걸쳐 투여받았을 때 62.1%, 절반 용량에 이어 전체 용량의 백신을 투여받았을 때 90.0%의 예방률을 보였다.

반면 화이자 백신은 유통 과정이 까다롭고 비용도 비싸지만 예방효과가 94%를 넘는다고 발표해 비교우위에 있다.

우리 정부는 결국 이달 8일 코로나19 백신을 당초 목표로 했던 3000만명분보다 많은 4400만명분까지 확보했다고 발표하면서 기존 아스트라제네카 외에 화이자 등을 추가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알렸다. 이번에 정부가 선구매한 백신은 내년 1분기인 2~3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다. 화이자 백신은 하반기 도입이 유력하다.

업계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화이자 백신으로 기운 국내 여론은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며 "반대로 화이자 백신이 해외에서 먼저 접종이 시작된 만큼 향후 부작용이나 경과 등을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당분간 두 회사 백신에 대한 이슈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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