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윤석열 족쇄 채우기 1탄은 출마금지법…2,3탄도 나온다" [홍영식의 정치판]

입력 2020-12-13 10:41   수정 2020-12-13 11:05


지난달 말 선거 전략가로 통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윤 총장이 대선판에 함부로 뛰어들지 못하게 족쇄가 채워질 것이다. 지금은 추 장관의 잇단 압박으로 피해자 이미지가 씌워지면서 지지율이 높게 나오지만, 총장을 그만두는 순간부터 지지율은 떨어질 것이다.”(11월 29일 한국경제신문·한경비즈니스에 실린 ‘홍영식의 정치판’참조)

그는 그러나 구체적인 전략을 밝히진 않았다. 이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검사와 법관이 퇴직한 뒤 1년 간 공직 후보자로 출마하는 것을 제한’하는 검찰청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들엔 최 대표와 김진애 등 열린민주당 의원들 뿐만 아니라 김종민·김남국·김용민·신동근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범여권이 공동발의한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지방선거 등 공직 선거에 출마하려는 공직자는 선거 90일 전까지 그만둬야 한다. 개정안은 검사와 법관의 출마 제한 기간을 1년으로 늘렸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2022년 3월 대선에 출마하려는 검사, 법관은 내년 3월 9일 그만둬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 뜻이 있다면 임기인 내년 7월에서 4개월 앞당겨 사퇴해야 한다. 정치권에선 공직자 중 검사와 법관만을 사퇴 시한을 앞당긴 것을 두고 ‘윤석열 출마 금지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를 부인했다. 그는 “현직의 수사와 기소, 재판이 정치적인 동기의 영향을 받는다는 우려가 있어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재판을 맡았던 장동혁 전 광주지법 부장판사가 4·15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한 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것이 이 법안을 발의한 결정적 이유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죽이기’라는 것이다.

이 법안 발의 이후 ‘윤석열 족쇄 채우기’를 거론한 민주당 의원에게 이 법안이 그 일환인지 물어봤다. 그는 “범여권이 구체적인 전략을 짜고 나온 것은 아니다”며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것 아니냐. 이 법안이 족쇄의 1탄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법안이 윤 총장을 타깃으로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만큼 여론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추진하기엔 부담이 있다”며 “이 방법이 아니더라도 윤 총장 족쇄를 채울 2,3탄들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들은 밝히지 않았다.

여권에서 거론되는 방안들은 잇단 소송전이다. 그는 “윤 총장은 이미 처가 문제로 소송이 걸려 있고, 본인도 직권 남용죄 등으로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될 것”이라며 “그를 향한 각종 소송전이 이어질텐데 검찰총장이라는 갑옷을 벗은 상태에선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당 일각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발족하면 윤 총장이 1호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

‘윤석열 나쁜놈’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여론전도 한 방안이다. 여당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지금은 윤 총장이 두드려 맞고 박해받는 것처럼 비쳐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껍데기가 벗겨져 윤석열이가 나쁜놈이라는 것이 다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법적·절차적 정당성, 여론을 통해 윤 총장에게 대선 족쇄를 채우려는 것이지만, 이런 전략이 먹힐지는 미지수다. 우선 여론의 호응이 뒷받침돼야 하나 여의치 않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과 관련해 한국리서치 등이 11월 30일부터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추 장관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이 38%로, 윤 총장 책임(18%)보다 두 배 이상 나타났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2월 4일 전국 500명을 대상으로 ‘추 장관과 윤 총장 간의 갈등 해결 방안’을 물은 결과 “추 장관만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44.3%로, “윤 총장만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30.8%)보다 많았다(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이 때문에 여권이 무리하게 윤 총장 족쇄 채우기에 나설 경우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본격 공격하기 시작한 때부터 윤 총장 지지율이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한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며 “여권이 윤 총장 압박 강도를 더 높일 경우 반여권 성향의 표를 결집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여권의 ‘윤석열 족쇄 채우기’가 여의치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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