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기업 법안이 무더기로 국회를 통과하는 가운데 기업인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대거 포함되면서 기업 활동을 짓누르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예방 효과도 없으면서 기업인을 형사처벌하겠다고 겁박하는 ‘처벌만능주의 법률’이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형사처벌을 기반으로 하는 반(反)기업법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배경엔 기업인을 의심의 색안경을 끼고 보는 ‘기업인 유죄추정주의’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직 고위관료는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기계적으로 기업규제 법률에 ‘징역 3년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와 같은 벌칙조항을 삽입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과태료나 과징금 등 행정벌로 처리해도 충분한 규제에 관행적으로 형사처벌 조항을 넣으면서 많은 기업과 국민을 예비 범죄자로 몰아넣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도한 형량 문제도 제기된다. 화관법에서 정한 기업인 형량은 본인 또는 친족이 살해 위협을 받아 저지른 살인을 뜻하는 ‘참작 동기 살인’(징역 4~6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처벌 강화에 대한 실효성도 논란이다. 이미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비슷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올해 1월부터 처벌 기준을 강화해 시행됐지만 올 상반기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는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5명, 사고 재해자 수는 1486명(3.5%) 늘었다.
근로자의 부주의나 과실로도 기업인이 처벌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예를 들어 산업재해 사고는 여러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실상 그 책임을 모두 사업주에게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법의 과잉 적용으로 기업인을 범죄자로 대거 내모는 이른바 ‘과잉범죄화’는 기업 성장을 막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인 사이에선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 같다”는 얘기가 많다. “형사처벌 조항이 크게 늘어 자칫 옥중경영을 해야 할 판”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도 나온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기업인을 인신 구속하는 형사처벌은 곧 기업활동을 중단시킨다는 의미”라며 “회사 도산으로 이어져 근로자는 물론 협력업체까지 연쇄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정선/김병근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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