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상속·증여에 대한 법률 상담 수요가 늘었다. 여기에 1970~198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 물결을 타고 부를 축적한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계속되면서 법무법인(로펌) 상속팀의 대리업무가 증가하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데다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국적이 달라지는 일 등 다양한 사례가 생기자 상속을 둘러싼 분쟁도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이런 이유로 ‘성년후견’을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두드리는 일이 늘고 있다. 성년후견제도란 질병이나 노령, 장애 등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주는 제도다. 지난 7월 한국타이어가(家)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법원에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을 신청하기도 했다.
김성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정신질환 등의 문제가 새로운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며 “상속 시기를 앞당긴다고 생각하고 기업 운영의 향배나 주요 자산을 증여하는 과정 등을 미리 준비해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년후견은 개시하는 것이 적합한지 아닌지부터 싸움이 시작된다. 피상속인의 의사능력을 객관적으로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누군가는 부정한 의도를 갖고 소위 ‘회장님의 뜻’이라며 성년후견을 시도할 수도 있어서다.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임채웅 태평양 변호사는 “상속은 일생 동안 이룬 자산을 다음 세대로 이전하는 연속적 과정”이라며 “반드시 변호사가 피상속인을 만나보고 그 정신적 제약 정도를 직접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의후견에 대한 자문도 늘고 있다. 임의후견은 정신질환 등이 발생하기 전에 “내가 정신을 잃는다면 이런 사람이 후견인이 돼서 이런 권한을 행사하게 하라”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뜻한다.
회계사 출신인 김현진 세종 변호사는 “만일 피상속인의 거주국이 한국이라면 전 세계 재산에 대한 상속세는 한국에서 내야 한다”며 “국적과는 또 다른 개념인 거주지국을 고려해야 하며 경제적 이해관계지, 거주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태평양은 임 변호사를 필두로 서울행정법원 조세전담부 출신 변호사 및 국세청 조사파트 출신 세무사 등이 협력해 국내외 상속사건을 담당한다. 세종은 특히 금융 분야에 신경을 써 신탁법 개정에 따른 표준신탁계약서 정비 작업 등을 맡고 있다. 화우는 한국가족법학회 회원인 양소라 변호사가 20여 명의 팀을 이끌고 있다. 기업자문팀, 가사팀과도 협력한다. 바른은 유류분 소송 등 상속송무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인 송봉준 변호사가 팀장을 맡고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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