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오후 8시49분부터 필리버스터를 시작해 이날 오전 6시52분에 발언을 마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생생한 북한의 상황을 전달하며 이목을 끌었다. 그는 “지금 북한의 청춘남녀가 데이트할 때 ‘동무’라는 표현을 쓰면 돈키호테라고 웃음거리 된다”며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지금은 북한도 한국처럼 ‘자기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에 대해 비판했다. 대북전단을 막으면 한국의 대중문화 등 다양한 외부 정보가 담긴 USB와 메모리 카드 등을 보내는 길도 막힐 가능성이 크다.
같은 당 정진석 의원은 태 의원의 토론에 “생생한 북한 이야기를 들으며 거꾸로 대북전단이 필요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칭찬했다.
지난 11일 오후부터 12시간47분 동안 토론을 진행해 최장 기록을 깬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원법과 남북관계발전법, 5·18 왜곡처벌법을 ‘닥쳐 3법’으로 표현하며 “닥쳐”라는 단어를 수십 차례 외쳤다. 민주당 의석에서 “가르치려 드느냐”는 야유가 나올 땐 “이번 기회에 공부 좀 하시라”고 맞받았다. 항의 발언이 거세지자 “배우기 싫으면 나가시라”고 했다. 부동산 정책을 비판할 때는 “임대차 3법으로 얼마나 많은 가구가 피눈물을 흘렸겠냐”며 목이 메 잠시 발언을 멈추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지난 7월 말 여당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강행 처리 때는 ‘저는 임차인입니다’란 ‘5분 발언’으로 명성을 얻기도 했다.
5시간7분 동안 토론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검사 시절 자신의 경험을 들며 정부·여당이 정확한 상황을 모른 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검사 시절 한 여당 의원이 ‘검찰은 솔직히 특수 수사만 보장되면 불만이 없지 않냐’고 했다. 그래서 제가 검찰의 90%가 형사부 검사다라고 반박했다”고 말했다. 또 한 청와대 고위 인사를 언급하며 “그 인사가 제게 공안부가 노동사건도 하냐고 물어보더라. 공안부가 처리하는 사건의 90%가 노동 관련이고 나머지 10%가 산재라고 답했다”고 했다.
토론 도중 논란성 발언도 나왔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의 여야 협치 발언은) 야당에 엿 먹으라는 얘기”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같은 당 이철규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잘생기고 감성적이어서 지지했던 여성들이 요즘 고개를 돌린다”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맞불 필리버스터에 나선 민주당은 야당 견제에 힘썼다. 홍익표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위해 나왔지만 이 자리에 왜 서 있는지 스스로도 궁금하다”며 “공수처법은 통과됐고 배는 떠났다”고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의원은 “(미국은) 5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북한과 이란에 핵을 가지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나”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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