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장애인에 전동키트 대여…"8년 만에 춘천여행 꿈같아"

입력 2020-12-14 17:20   수정 2020-12-15 09:43


“8년 만에 막내딸 집을 가네요.”

제주도에 사는 김영수 씨는 막내딸이 사는 강원 춘천 땅을 8년 만에 밟았다. 사고로 휠체어에 몸을 의존한 지 어느덧 10여 년. 수동휠체어를 30분만 끌어도 온몸이 땀에 젖어 밖을 오가기 힘들었다. 2014년 휠체어를 끌다 양쪽 어깨 인대를 다쳐 수술한 뒤로는 외출이 더 두려웠다.

그러다 우연히 ‘전동화키트 셰어링 휠셰어’ 사업을 알게 됐다. 전동화키트는 수동휠체어에 부착하는 간이 장치다. 조이스틱으로 전동휠체어처럼 조작할 수 있다. 전동화키트 덕분에 김씨는 열흘간 가족과 함께 춘천 곳곳을 돌아다니며 추억을 쌓았다. 김씨는 “항상 누군가의 도움에 의존하다가 이번에 내 마음대로 이곳저곳 돌아다녀 보니 새로운 행복과 즐거움을 느꼈다”며 “춘천 의암호 자전거길(25㎞)을 완주하고 싶은 꿈도 생겼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의 2017년 ‘장애인복지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김씨처럼 수동휠체어를 끄는 장애인은 전국 약 15만7000명이다. 직접 뒷바퀴를 굴려야 해 장거리 이동이 제한되고 팔 근육에도 무리가 간다. 전동휠체어는 가격이 수백만원을 훌쩍 넘는 데다 무겁고 부피가 커 실어 나르기 불편하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고자 2018년 현대자동차그룹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단법인 그린라이트와 함께 휠셰어 사업을 시작했다. 수동휠체어에 장착하는 전동화키트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사업이다. 전동화키트는 모터와 배터리, 조종 장치로 구성됐다. 키트를 바퀴에 끼면 조이스틱과 스마트워치 등을 통해 수동휠체어를 전동휠체어처럼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이 170만~700만원에 달해 장애인들이 키트를 자비로 구매하기 쉽지 않다. 정부의 장애인 지원 품목에서도 제외돼 있다.

휠셰어 사업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직원이 직접 찾아가 키트를 빌려준다. 사용 1주일 전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된다. 김포공항 KTX광명역 부산역 제주공항 등 교통 거점지에서도 대여와 회수가 가능하다.

사업 첫해인 2018년 320명이던 이용객은 지난해 841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2018년부터 올해 11월까지 누적 이용객은 1635명에 달한다. 연간사업비도 2018년 1억8000만원에서 지난해 1억9000만원, 올해 4억3000만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동에 불편함을 겪던 장애인들의 삶이 크게 개선됐다.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휠셰어’ 사업을 이용한 578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7.8%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착용감, 배터리·보조바퀴 사용감 등 사용 만족도에서는 90% 넘는 이용자가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휠체어를 끄는 할아버지를 위해 전동키트를 빌린 대학생 복모씨는 “한쪽 다리를 잃고 비행기를 다시는 못 탈 것으로 생각했던 할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가게 돼 무엇보다 기뻤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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