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은 어떨까. 국토부는 당시 신규 LCC 면허를 내주면서 면허 발급 2년 내 취항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아직까지 국토부로부터 운항증명서(AOC)를 받지 못했다. 국토부는 발급에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가 면허를 발급받은 지 2년 뒤인 내년 3월까지 취항하지 못하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플라이강원은 지난해 말 취항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운영 자금이 완전히 바닥났다.
국토부도 할 말은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산업이 존립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LCC 추가 취항은 공멸의 길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AOC를 내주지 않으면 신규 LCC들이 날개도 펴기 전에 사업을 접게 된다는 점이다. 미리 채용한 수백여 명의 인력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국토부로선 AOC를 내 줄 수도, 그렇다고 내 주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처한 것이다.
항공업계는 국토부가 정부의 핵심 공약인 청년 일자리 성과를 내기 위해 LCC 과당 경쟁을 자초했다고 보고 있다. 신규 LCC에 면허를 내 줄 때부터 이런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국토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LCC 대란’은 코로나19가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LCC 대란을 자초한 국토부가 정작 코로나발(發) 구조조정 과정에선 발을 빼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모든 책임을 미룬 채 정책당국은 뒷짐을 쥐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항공산업 재편을 주도하고,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항공업이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주무부처가 주채권은행에 모든 책임을 떠넘긴 채 ‘나 몰라라’ 하는 건 다른 얘기다.
항공산업 구조조정은 국가 기간산업과 국민 편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자칫 은행 중심의 금융 논리가 중심이 되면 ‘제2의 한진해운’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 이에 앞서 지금이라도 LCC 대란에 대한 책임과 함께 정책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LCC 대란에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는 주채권은행이 아니라 국토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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