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코로나發 'LCC 대란'에 뒷짐 진 국토부

입력 2020-12-14 17:43   수정 2020-12-15 00:20

지금으로부터 1년9개월 전인 2019년 3월. 국토교통부는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3곳의 신규 저비용항공사(LCC)에 항공면허를 발급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신규 LCC는 2022년까지 2000여 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라며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지금 상황은 어떨까. 국토부는 당시 신규 LCC 면허를 내주면서 면허 발급 2년 내 취항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아직까지 국토부로부터 운항증명서(AOC)를 받지 못했다. 국토부는 발급에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가 면허를 발급받은 지 2년 뒤인 내년 3월까지 취항하지 못하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플라이강원은 지난해 말 취항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운영 자금이 완전히 바닥났다.

국토부도 할 말은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산업이 존립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LCC 추가 취항은 공멸의 길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AOC를 내주지 않으면 신규 LCC들이 날개도 펴기 전에 사업을 접게 된다는 점이다. 미리 채용한 수백여 명의 인력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국토부로선 AOC를 내 줄 수도, 그렇다고 내 주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처한 것이다.

항공업계는 국토부가 정부의 핵심 공약인 청년 일자리 성과를 내기 위해 LCC 과당 경쟁을 자초했다고 보고 있다. 신규 LCC에 면허를 내 줄 때부터 이런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국토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LCC 대란’은 코로나19가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LCC 대란을 자초한 국토부가 정작 코로나발(發) 구조조정 과정에선 발을 빼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모든 책임을 미룬 채 정책당국은 뒷짐을 쥐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항공산업 재편을 주도하고,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항공업이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주무부처가 주채권은행에 모든 책임을 떠넘긴 채 ‘나 몰라라’ 하는 건 다른 얘기다.

항공산업 구조조정은 국가 기간산업과 국민 편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자칫 은행 중심의 금융 논리가 중심이 되면 ‘제2의 한진해운’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 이에 앞서 지금이라도 LCC 대란에 대한 책임과 함께 정책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LCC 대란에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는 주채권은행이 아니라 국토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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