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확보 늦다…해외 코로나 종식 때 우린 거리두기할 판" [이슈+]

입력 2020-12-15 10:49   수정 2021-03-14 00:03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나드는 가운데 백신 확보에도 정부가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국민들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있다. 앞서 영국은 이달 8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들어갔으며 미국과 캐나다도 14일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도 화이자 백신을 승인해 접종 채비를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8일 인구 4400만명이 접종할 코로나19 백신을 이르면 내년 2월부터 들여올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15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의료계 전문가들은 현 국내 백신 구매 정책으로는 내년 상반기 내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미국 등에서 3상 시험을 마치고 실제 접종이 시작된 제품은 화이자, 모더나 백신인데 우리는 이들 제약사와는 구매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 구매 물량만 확정한 수준이다.

정부가 유일하게 선구매 계약을 마친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접종으로도 당장 집단면역 효과를 보긴 어렵다. 예방 효과가 94~95%인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에 비해 70% 수준으로 낮은 데다, 공급 물량도 1000만명분에 불과하기 때문.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늑장 대응이 또다시 코로나19 종식의 핵심인 백신 확보의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 상태로는 내년 상반기 선진국들이 집단면역에 성공해 코로나 종식에 가까워질 때 우리는 계속 거리두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년 상반기 집단면역 사실상 불가"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백신 구매 현황에 대해 "내년 상반기 집단면역을 이룰 수 있는 수준이라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내년 3월 이전까지 백신 접종을 시작하겠다는 여당 주장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확보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은 '안전하고' '효과가 입증된' '좋은 품질'의 백신이 '충분한 양'으로 '타이밍에 맞게' 접종되는 것을 뜻한다. 이 5가지 가치에 미달되면 의미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이 선(先)구매 계약을 체결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뿐이다. 이마저도 언제 들어올지 시기가 명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이 내년 상반기 집단면역을 달성해 코로나19 종식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두고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같은 시기에 코로나 종식을 이루기가 지금으로선 어려워 보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현재 확보된 물량으로는 내년 상반기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매우 힘들다"면서 "물량 자체도 없지만 정부에서 내년 2월 접종을 언급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는 아직 임상 3상이 안 끝났고, 미 식품의약품안천처(FDA) 승인이 언제 날지도 모른다. 사실상 확정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해당 백신을 예정 시기에 접종하더라도 전 인구가 맞아야 60~70% 항체율이 나올까 말까 한 해당 백신의 공급량이 1000만명분에 그치는데 어떻게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겠느냐"면서 "최소한 94~95%의 항체율을 나타낸 화이자, 모더나를 확보했어야 집단면역을 기대할 수 있었다. 선진국들이 모더나와 화이자를 최우선으로 계약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방역 대책의 문제점으로 계속 거론돼 온 정부의 '늑장 대응'이 코로나19 종식 선언의 핵심인 백신 확보의 발목까지 붙든 셈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지난달 초에야 선급금을 날리더라도 백신 구매에 적극 나서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 일본 등이 화이자, 모더나 백신의 선구매 계약이 끝난 시기였다. 정부가 화이자, 모더나와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백신 공급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천은미 교수는 "백신 확보는 투자 개념으로 들어갔어야 한다. 안전성과 가격을 따지는 게 우선이 아니란 것"이라며 "만약 그게 먼저였다면 다른 나라들은 왜 그렇게 효과 높은 백신을 확보하는 데 목숨을 걸었겠나. 그들은 여러 개를 동시에 선구매해놓고 우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맞을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천은미 교수는 "방역 자신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최근까지도 환자 수가 적었기 때문에 백신 확보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지 않았나"라면서 "정부의 방역 대책이 지지부진했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내년부터는 오히려 우리나라가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팬데믹 상황은 1~2주 주먹구구식 대응이 아니라 단기, 중기, 장기로 짜인 체계적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최종적 대응책은 백신"이라며 "불확실성 있는 상황에서 안전성 담보가 안 되니 시작도 안 한다는 것과, 불확실하나 10개 투자를 해 그중 하나라도 확실한 게 있다면 바로 사용하겠다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미국과 유럽이 인구의 2~3배 물량을 선구매한 이유"라고 역설했다.

앞서 미국, 일본 등은 인구의 2~5배 규모의 백신 물량을 선구매한 바 있다. 도입이 예정된 백신들이 아직 개발 중인 만큼 일부 실패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현재 국민의 88% 정도에 해당하는 4400만명분 물량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상태다.
"안전성, 내년 1월 확보…선구매 계약 못 한 핑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안전성'을 이유로 백신 확보에 신중론을 펴고 있는 데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우주 교수는 "우리나라는 안전성이 증명되면 확보하겠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며 "대규모 접종에 나선 미국과 영국에서 내년 1월 경이면 안전성 여부가 확인되고, 미국 FDA가 백신 접종에 대한 안전성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곧 알아서 확보될 안전성을 언급하면서 하나마나 한 얘기를 하고 있단 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기에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도 백신의 안전성, 유효성, 품질 등을 검토해서 허가한다. 정부의 신중론이 선구매 계약을 하지 못해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것을 회피하는 핑계로 들리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천은미 교수도 "이미 임상 3상을 끝내고, 단기 후유증까지 입증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에 대해 정부는 계속 부작용 얘기를 꺼낸다"며 "FDA 승인도 나지 않은 아스트라제네카는 빠르게 들여오겠다고 하면서 FDA 승인이 완료된 화이자와 모더나에 느긋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백신을 확보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종전과는 다른 적극적 태도로 백신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천은미 교수는 "앞으로 추가 물량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스트라제네카 같은 경우도 물량이 부족하다"면서 "당국이 반복해 노력을 언급하는데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 백신이 확보됐다면 언제 접종이 가능한지 시기까지 명확히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교수도 "내년 상반기 다른 선진국들이 다 집단면역에 성공해 코로나 종식을 선언할 때, 우리는 지금처럼 거리두기 오르락내리락하는 시나리오가 떠오른다"며 "내년 2월 접종하겠다는 인지부조화 논리는 필요하지 않다. 가정과 구호가 아닌 투명하고 합리적인 근거와 구체적인 행동이 나타나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의 신뢰성이 불분명한 상황인 만큼 접종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모더나, 화이자 백신이 가장 효능이 좋은 것은 맞지만 우리나라가 앞장서서 맞을 백신이라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우리가 지금껏 맞아온 백신과 같은 유형을 이용한 백신이지만 모더나, 화이자의 경우 다른 유형의 백신"이라며 "때문에 모더나, 화이자 백신에서 중장기적인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접종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 겨울을 올해 겨울처럼 지낼 순 없다. 늦어도 내년 여름에는 접종을 진행해 집단면역을 획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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