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몸집 줄이는 우리은행…4대 은행 첫 명퇴 실시

입력 2020-12-15 17:29   수정 2020-12-23 18:38


우리은행이 만 54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연말 명예퇴직을 시행한다. 4대 은행 중 첫 주자로, 지난해와 비슷한 조건을 내걸었다. 코로나19와 빅테크(대형 IT업체)의 공습으로 급변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은행마다 조직 슬림화를 위한 총력전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만 54세 이상에 임금 36개월치 지급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노사는 올해 명예퇴직 실시안에 합의하고 이르면 16일부터 신청을 받기로 했다. 대상은 만 54세(1966년생) 이상이며 36개월치 급여를 일시 지급한다. 이미 임금피크제에 돌입한 만 55세(1965년생)에 대해서도 24개월치를 주고 명퇴 신청을 받기로 했다.

퇴직금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고 다른 조건도 더 붙는다. 지난해에는 명퇴자들에게 학자금(자녀 2명까지 1인당 최대 2800만원), 여행상품권(300만원), 재취업 지원금(3300만원)을 별도 지급했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금액을 지급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이 이 같은 명퇴 조건을 내놓은 것은 인원 감축과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4대 은행 중에서도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영업이익에서 판매관리비(인건비에 임차료 등 비용을 더한 금액)가 차지하는 비중인 영업이익경비율(CIR)은 올해 기준 53.7%다. 신한은행(44.2%) 국민은행(48.6%) 하나은행(43.7%) 등 경쟁 은행을 웃돈다. 우리은행의 한 임원은 “대형 은행들은 채용 시장에서 공익적인 역할을 요구받기 때문에 신규 채용을 크게 줄이기 어렵다”며 “명예퇴직을 통해 직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 명퇴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점포 영업 수요가 크게 줄고 비대면 금융이 대세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과 네이버 등 빅테크의 급성장도 은행권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한 대형은행 임원은 “지금까지는 은행끼리 내부 경쟁을 벌여 왔지만 앞으로는 몸집이 가벼운 다른 주자들과 싸워야 한다”며 “점포·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효율화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올해 명퇴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농협은행은 만 56세 이상 대상자에게 28개월치 임금(임금피크제 임금 기준)에 전직 지원금(4000만원), 농산물상품권(1000만원) 등을 얹어주기로 했다. SC제일은행은 직급에 따라 최대 38개월치 임금을 준다. 학자금(자녀 2명까지)과 창업지원금도 포함됐다.

젊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받는 곳도 나왔다. 부산, 경남은행은 만 50세 이상에 최대 40개월치 임금을, 대리급 이하(경남은행)에는 37개월치 임금을 주고 명퇴 신청을 받기로 했다.

한국씨티은행은 2014년 이후 6년 만에 임금피크제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특별퇴직)을 검토 중이다. 신한, 국민, 하나은행 등은 명퇴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파격적 조건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재취업이나 창업 환경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에 조건이 같으면 나가려는 사람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며 “일시적 비용이 들더라도 선제적인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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