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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있는 아침] 호수에 잠긴 고향

입력 2020-12-16 17:40   수정 2020-12-17 00:47

흰 점들이 사방에 가득 찼다. 호수와 숲이 동그란 형상들과 뒤섞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뤘다. 사진가 이일재가 대청호를 찍은 연작 사진 가운데 하나로, 하얀 눈처럼 보이는 동그란 것들은 빗방울이다. 비 오는 초저녁에 플래시를 터뜨려 촬영해 빛에 반사된 빗방울들이 흰 원형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씨의 고향은 1980년 대청댐 건설로 생긴 대청호에 수몰된 마을이다. 유년기와 청소년 시절을 보낸 작가의 집과 동네가 하루아침에 영원히 사라졌고, 그로 인한 상실감은 오래 지속됐다. 그 무렵 사진을 접한 작가는 대청호를 찍기 시작했다. 이씨는 일상적인 경치보다는 다양한 실험적 사진을 시도했다. 최근 몇 년 동안엔 비나 눈이 오는 초저녁 무렵 조명을 사용해 촬영했다. 촬영자가 터뜨린 빛에 의해 빗방울이 밝게 빛나며 호수 주변을 가득 채우는 효과가 나타났다. 관람자들은 밤과 낮의 구분이 모호하고, 빗방울과 배경이 뒤섞인 장면에서 색다른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개인의 역사와 내면을 담은 특별한 풍경을 포착해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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