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핵 그림자 속 北 국지도발 대비해야

입력 2020-12-16 17:50   수정 2020-12-17 00:13

2021년 3월 말. 동해 해군기지 내 저유시설에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불기둥이 치솟는다. 이틀 후 국방부는 합동정보신문조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강원도 금강군에서 이륙한 북한군 ‘자폭 드론’의 ‘벌떼 공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한다. 이른바 ‘도발 주체가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북한은 즉시 통일전선부 명의의 전통문을 통해 “남측의 잘못으로 일어난 화재 사고를 우리에게 떠넘긴다”며 “계속 억지 부리면 진짜 불바다 맛을 보여주겠다”고 겁박한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관계 복원에 관한 친서를 교환한 바 있다”고 공개한다. 국방부는 발표 내용이 너무 단정적이었고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선다. 여당 쪽에서는 국방부의 발표가 허술했다고 나무란다. 야당 쪽에서는 우리 군의 미온적 대응을 질책하고 즉각 응징을 주장한다. 이래저래 군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사기도 땅에 떨어진다.

국민의 강경 여론이 거세지자 합동참모본부는 대북 응징의 움직임을 보인다. 이에 대해 북한은 “공화국 군대는 빈말을 할 줄 모른다”면서 한술 더 떠 핵사용을 위협한다. 북한은 애초부터 자신들의 드론 공격에 우리가 응전하지 못하게 핵 그림자 효과를 노린 각본을 준비해둔 것이다.

이상은 물론 가상 시나리오다. 국내외 안보전문가들은 북한이 신포에서 건조 중인 3000t급 잠수함에서 ‘북극성’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심지어 이런 도발이 없다면 북한 내부 문제가 심각하다는 증거로 보기도 한다. 한 가지 더 염려해야 한다. 핵무기를 ‘뒷배’로 하는 재래식 국지도발이다. 북한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놀라운 기습’을 항상 즐겨 왔다.

북한의 도발을 유혹하는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 김정은은 극도의 심리 불안으로 ‘거물 환전상’을 처형하는 등 비합리적 행동을 보이고 있다. 북한 주민은 대북 경제제재, 코로나19 감염병, 홍수 피해로 ‘혹독한 격난(激難)’을 겪고 있다. 10월 평양 군중대회를 필두로 ‘80일 전투’가 한창이다. 김정은은 제8차 당 대회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으로의 회귀 선언을 정당화하고, 북한 주민의 불만 폭발이 체제의 불안정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 남북관계를 긴장 국면으로 전환할 개연성이 크다.

새해 초 출범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한을 적극 압박하고 ‘원칙 있는 외교’를 내걸 것이다. 바이든은 폭력배 김정은이 핵능력을 줄이겠다고 약속해야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계 언론은 바이든을 비롯해 제이크 설리번, 토니 블링컨, 로이드 오스틴의 등장을 ‘매파의 귀환’으로 바라본다. 이제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벌여온 화려한 선전전을 더 이상 이어가기가 어려워졌다. 이처럼 궁지에 몰린 김정은은 전례대로 군사도발을 통해 자기를 소개할 수 있다.

실제 북한이 도발하면 우리는 군사적 판단에 따라 유엔 헌장 제51조가 보장하는 개별 및 집단 자위권 차원에서 응전해야 한다. 예컨대 북한의 드론 도발 원점은 한국군 단독으로 응징할 수 있다. 북한의 핵사용 위협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확전을 두려워하도록 미국 핵우산이 포함된 ‘한·미 맞춤형 억제체제’를 작동해 ‘확전 우세(escalation dominance)’를 달성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확전 우세’는 우리의 준비된 능력과 그것을 사용할 의지와 용기의 산물이다.

이를 위해 우리 군이 제일 먼저 할 일은 문재인 정부 들어 실종된 북한 정권과 북한군에 대한 경계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군은 특히 북한의 가장 위험하고, 현실이 될 확률이 높은 도발에 착안해 실전적 태세를 확립해야 한다. 오늘처럼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의 참뜻이 절실한 때가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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