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출이자 문제에 '헛다리' 짚은 이낙연

입력 2020-12-17 17:57   수정 2020-12-18 00:2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완전히 헛다리를 짚었어요. 예금과 대출 금리 격차 확대를 은행 탓으로 돌리기가 어렵거든요.”

지난 16일 이 대표가 신한 국민 우리 하나 등 시중은행 부행장급 간부와 한 간담회에서 발언한 내용을 두고 내놓은 은행권 인사의 촌평이다. 이 대표는 이날 ‘병상확보 협력을 위한 금융업계 화상 간담회’에서 “예대 금리 차이가 너무 크다는 하소연이 있다”며 “서민 가계의 부담 경감을 위해서 노력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예금 금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 대출 금리는 슬금슬금 오르고 있으니 이자를 깎아줘야 하지 않겠냐고 넌지시 압박하는 모양새였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국민의 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이 대표의 취지는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하지만 번지수가 잘못됐다. 은행을 압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다.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상 뒤에는 금융당국의 ‘창구 지도’가 있다. 연이은 대책에도 주택시장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당국은 은행들에 대출 억제를 유도하고 나섰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서 투자한다는 ‘영끌 빚투’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은행들은 ‘자율적으로’ 신용대출 증가폭을 한 달에 2조원대로 줄이기로 했다.

대출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금리를 올리면 된다.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을 눈감아주기로 하면서 은행들은 마음 놓고 금리를 올렸다. 주거래은행으로 지정하거나 신용카드를 일정 금액 이상 사용했을 때 제공했던 우대금리 혜택을 무차별적으로 폐지하면서 연 0.5%포인트 안팎까지 금리 상승이 이뤄졌다. 그런데도 대출총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시중은행에서만 4조8000억원의 신용대출이 늘었다. 급기야 카카오뱅크는 마이너스통장 형태의 신용대출을 아예 중단해버렸다. 이제는 비싼 이자를 물더라도 돈을 빌리겠다는 사람조차 은행 문턱에서 빈손으로 돌아서야 하는 지경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대출 금리를 낮춰달라고 주문했으니 은행들로부터 ‘우리보고 어쩌란 말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서는 이 대표가 주문할 게 아니라 집권당 대표로서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자를 낮추면서 대출 규모를 줄일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내놓으라는 하소연이다. 대출을 충분히 해주면서 집값을 자극하지 않는 대책이 있다면 발표해보라는 항변이다.

예대 금리차가 진짜 큰 문제라고 생각되면 이 대표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만나서 해결하면 된다. 서울 강남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으니 해법 마련은 빠를수록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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