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현상' 이번엔 통할까…넘어야 할 세 관문은 [홍영식의 정치판]

입력 2020-12-20 13:21   수정 2020-12-20 13:4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내년 4월 실시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을 놓고 고민하던 그가 출마 선언하면서 네 가지를 강조했다. 문재인 정권 폭주 저지와 야권 단일 후보, 정권 교체, 결자해지(結者解之) 등이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겠다”며 “대한민국 서울의 시민후보, 야권 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 정권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또 “보궐선거 승리는 정권교체를 위한 7부 능선을 넘는 것이고, 제가 앞장서 그 7부 능선까지 다리를 놓겠다”며 “반드시 이겨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철수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고 했다. 야권후보 단일화에 나설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안 대표는 앞서 지난 19일 “(2011년)박원순 전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했던 제가 결자해지해서 시정을 혁신하고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해 달라는 거듭된 요구를 더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며 출마 배경을 밝혔다.

그가 정치권에 입문한 것은 2012년 12월 대선을 3개월 앞두고서다. ‘안철수 현상’을 일으키며 혜성같이 등장했으나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경선룰을 놓고 갈등을 겪은 끝에 중도하차했다. 2017년 대선,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했다.

그러나 그가 서울시장 재수에 성공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첫째 관문은 국민의힘과의 연대 문제다. 양측은 ‘문재인 정권 폭주 저지’를 위해 연대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안 대표는 3석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로서 혈혈단신으로 나섰을 땐 현실적으로 힘든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 2017년 대선 땐 국민의당,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땐 바른미래당 등 모두 원내 3당 소속으로 각각 출마해 패배한 사실은 안철수라는 개인의 플레이로는 어렵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안 대표가 연대에 대해 적극적 자세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힘으로서도 지금까지 출마를 선언한 후보 가운데 여당을 이길 수 있는 이른바 ‘키맨’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고민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우리 당에 와 중도·보수 단일 후보가 된다면 우리 당 지지표와 안 대표 지지표가 합해져 본선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여러차례 밝혔다. 마포포럼을 이끌고 있는 김무성 전 의원도 “안 대표의 지지표가 민주당 표는 아니잖아”라며 “나라를 구해놓고 봐야 한다. 안 대표와 함께 해야한다”고 했다.

관건은 연대의 방법이다. 안 대표는 연대 방식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며 “유불리 따지지 않겠다. 공정 경쟁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다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그간 안 대표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 그는 이날 안 대표의 출마에 대해 “우리 당 내에서 출마하려는 후보가 5명이나 된다”며 “안 대표도 출마 후보자 중 한명”이라고 했다. 여러 후보 중 한 명일뿐 특별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선 “(안 대표가)앞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정치활동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측근은 “김 위원장이 안 대표와 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며 “다만 안 대표가 연대의 뜻이 있다면 국민의힘으로 들어오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한국경제신문·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라는 넓은 광장을 제공할 테니 (서울시장·대선)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들어와라”고 한 뒤 ‘안 대표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안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도 (국민의힘으로)들어와서 경선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했고,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계급장 떼고 국민의힘에서 경쟁하자”고 했다.

일단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에 대해선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며 과거보다는 진일보한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힘과의 통합 경선에 대해서도 “유·불리는 따지지 않겠다”며 “공정 경쟁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다 좋다.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강구해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안 대표의 한 측근은 “당장 국민의힘에 들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연대, 공조, 통합하려면 명분과 내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명분과 내용은 변화와 혁신”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 경선을 통해 확정된 후보와 안 대표 간 결선에서 맞붙어 야권 단일후보를 내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른바 2단계 경선론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후보들이 부정적인 뜻을 밝히고 있어 쉽지않은 방안이다.

통합 경선이든, 2단계 경선이든 국민의힘 내에서 어떤 후보가 출마 하느냐에 따라 안 대표는 어려운 싸움이 될 수 있다. 여론 지지율 선두권을 달리는 나 전 원내대표가 나올 경우 조직력 면에서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다. 대선 직행을 선언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까지 서울시장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한다면 더욱 그렇다.

안 대표가 줄곧 중도 실용을 강조해온 것은 경선에서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보수 성향이 강한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얼마만큼 먹힐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안 대표의 실용적 중도 정치가 중도 표심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김 위원장의 전략과 맞닿는 측면이 있다.

안 대표의 출마 선언으로 여권은 긴장하고 있다. 여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주저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 유력 주자로 꼽히는 나 전 원내대표와 오 전 시장, 유 전 의원까지 출마 쪽으로 가닥잡고 경선 흥행에 바람을 넣는다면 판세는 야당 쪽으로 기울 수 있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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