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트리플 슈퍼 사이클 종착지는 '순간 폭락'?

입력 2020-12-20 17:19   수정 2020-12-21 02:35

지난 8월 국제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서자 뜨거웠던 슈퍼 사이클 논쟁이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원자재, 반도체,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에서 다시 거론되고 있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지만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트리플 슈퍼 사이클’ 국면 도래 여부는 시장의 큰 관심사다.

슈퍼 사이클은 지금까지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정점론’과 맞물려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유래한 용어다. 정점론이란 한계가 있는 매장량을 다 캐내면 더 이상 공급할 것이 없어 가격 상승 국면이 20년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한마디로 일시적인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가 있어야 슈퍼 사이클이 나타날 수 있다.

원자재 시장에서 슈퍼 사이클은 세 차례에 걸쳐 발생했다. 1차 슈퍼 사이클은 1900년 이후부터 대공황 직전까지의 기간이다. 세계 경제 중심이 ‘팍스 브리태니카’에서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로 넘어갈 정도로 미국 경제가 호황을 보인 데다 1차 대전 특수까지 겹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국면이 30년 가깝게 지속됐다.

2차 슈퍼 사이클은 2차 대전 직후 유럽부흥 계획인 ‘마셜 플랜’을 시작으로 6·25 사태, 베트남 전쟁 특수로 미국 경제가 또다시 호황을 보인 시기다. 1960년대 들어서는 제임스 토빈, 로버트 솔로 등 미국 예일대 교수가 주축이 된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 정책까지 뒷받침되면서 ‘케네디-존슨’ 호황 국면으로 이어졌다.

수요 요인으로 나타났던 1차, 2차와 달리 3차 슈퍼 사이클은 1970년대 두 차례 오일 쇼크를 불러온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 요인에 의해 유가가 올라간 시기다. 정점론을 바탕으로 원유 공급 절벽에서 나타난다는 슈퍼 사이클 개념에 가장 가까웠지만 유가 상승 국면이 10년 내외로 짧았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이 실물을 주도하고 정보기술(IT)이 주력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매크로 측면에서는 ‘경기 순환’과 마이크로 측면에서는 ‘산업별 사이클’이 주기는 짧아지고 진폭이 커지는 ‘순응성’이 심해지고 있다. 순응성이란 회복 국면에서는 정점이 더 올라가고 침체 국면에서는 저점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각종 모델과 적정성 평가지표 등을 통한 예측이 잘 들어맞지 않는 것도 주기 단축과 순응성 요인이 가장 크다. 예측기관과 투자은행들은 종전에 볼 수 없던 뉴 노멀 사이클 현상을 감안해 예측 주기를 ‘분기’ 혹은 ‘수시’ 체제로 바꾸고 ‘사이클 큐브’와 같은 새로운 기법을 고안해 예측력을 높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동성이 더 많이 풀리면서 지난 8월에 뜨거웠던 골드 슈퍼 사이클 논쟁은 그 후 금값이 떨어지면서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미국 대선 이후 거론되고 있는 트리플 슈퍼 사이클 논쟁은 실현 여부보다 ‘최근 효과’와 ‘기대’ 차원에서 논의되는 단계다.

주가 전망에서 가장 흔하게 범하는 최근 효과란 예측 시점에서 주가가 상승할 때는 ‘낙관적’으로, 하락할 때는 ‘비관적’으로 보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다. 최근 효과가 순응성과 맞물릴 때는 슈퍼 사이클과 같은 극단적인 낙관론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트리플 슈퍼 사이클 논쟁도 이 같은 맥락에서 거론되는 성격이 짙다.

이 때문에 최근 원자재, 반도체, 5G 관련 가격이 오르는 것은 ‘슈퍼 스파이크’ 국면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슈퍼 스파이크 현상이 나타날 때 무서운 것은 올라갈 때는 슈퍼 사이클 논쟁이 일 정도로 급등하지만 특정 사건을 계기로 떨어질 때는 ‘순간 폭락(flash crash)’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2021년을 불과 10일 정도 앞두고 트리플 슈퍼 사이클 기대에 편승하면서 장밋빛 증시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내년에는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넘는 것은 기정사실화됐고 3500까지 갈 것이라는 예상이 눈에 띈다. 극단적으로 이제 2만달러를 갓 넘은 비트코인 가격이 1년 안에 45만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지나친 낙관론의 무서운 점에 대해 저명한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그릇된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태어난 그릇된 비관론이 문제가 된다”고 경고했다. 그 어느 때보다 가슴 깊게 파고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자라면 한 번은 생각해봐야 할 때다.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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