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왜 검찰개혁을 망치나

입력 2020-12-20 18:34   수정 2020-12-21 00:31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수준이 해임이 아니라 정직이 될 것이라는 얘기는 정치권에서 먼저 나왔다. 1, 2차 징계위가 열릴 땐 정직 2~3개월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이미 파다했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의 징계를 청구했을 때만 해도 해임 외에 다른 시나리오는 거론되지 않았다. 그만큼 이 정부의 윤 총장 해임 의지는 강해 보였다. 그런데도 징계 수위가 낮아진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징계사유가 해임요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징계위원장은 징계를 결정한 뒤 청와대나 법무부와 사전 교감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공개된 징계위의 ‘심의 의결 요지’를 보니 적어도 ‘이심전심’ 징계라는 생각이 든다. ‘2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 사유치고는 ‘논리적 비약’이라고 느낄 만한 부분이 적지 않아서다.
징계위의 '이심전심' 징계
A4용지 15쪽 분량의 이 문서에는 추 장관이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던 ‘판사 사찰’이라는 용어는 나오지 않았다. 징계위는 ‘재판부 분석 문건’이라고 했다. 이 내용이 전부 공개된 건 아니어서 제3자가 경중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징계위가 든 징계이유 사례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A판사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며 경찰과 충돌한 시위대에 집행유예 선고’라는 문건 내용이 있다. 이걸 징계위는 “A판사에 대해 ‘전교조 판사’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대학 시절 시위참가 전력으로 군무원 채용시험에 합격 취소된 원고가 불합격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학생운동 지지 좌익 판사’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적합함”이라고 했다. 재판 이력을 적어놓은 것을 법관의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정보라고 규정했다.

윤 총장이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퇴임 후 천천히 생각해보겠습니다”라고 한 국회 답변이 위신 손상으로 징계사유라는 대목도 논란이다. 징계위는 “정치권과 언론에서 윤 총장의 정치활동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징계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에서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침해했는지가 있어야 한다. 행위를 하지 않았는데 그럴 수 있다는 예단만으로 징계한다면 견책감도 안 될 것이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검찰개혁을 위해 윤 총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은 변질된 검찰개혁에 반대
사실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현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추진한 2018년 말까지도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에 대한 지지도는 80%를 넘었다. 지금은 달라졌다. 지난 17일 조사(한국리서치 등)에서 52%가 검찰개혁이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됐다고 봤으며, 46%만이 공수처가 검찰개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국민이 검찰개혁에 등을 돌렸을까. 그게 아니라 본래의 검찰개혁이 아닌변질된 검찰개혁에 등을 돌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인회 교수와 함께 쓴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검찰개혁의 요체로 권력의 분산, 감시 시스템 마련과 함께 정치적 중립을 꼽았다. 하지만 지금은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무리하게 쫓아내려 하고,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막고, 공수처에 대한 야당의 견제권을 없애 대통령 권한만 강화하는 ‘절름발이 검찰개혁’을 하려고 한다. 왜 국민이 원했던 검찰개혁을 망치려는지 해명해야 하지 않을까.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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