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넷플릭스 갑질에 우는 IT업계

입력 2020-12-20 18:32   수정 2020-12-21 00:31

초고화질 영상인 HDR을 지원하는 기기인데도 넷플릭스 HDR 영상을 볼 수 없다. 5세대(5G) 통신까지 가능한 최신 스마트폰 칩셋을 장착했지만 무용지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넷플릭스에서 HDR 영상을 재생할 수 없도록 막아놨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주력 스마트폰 기종인 LG윙과 LG벨벳 얘기다. 비싼 이용료를 내고 프리미엄 멤버십에 가입한 소비자로선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곤혹스럽긴 LG전자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는 전자기기 제조업체와 별도의 영상지원 계약을 맺는다. LG전자는 넷플릭스에서 제시한 조건을 맞춰줄 수 없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기본 앱으로 넷플릭스를 설치하라는 조건을 제시해왔다”고 말했다. 국내 사업 환경상 불가능한 요구다.

국내에서는 제조업체가 각 통신사와 협의해 기본 앱을 꾸린다. 통신 3사가 모두 자사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넷플릭스를 기본 앱에 포함시킬 리 없다는 게 LG전자 측의 하소연이다. “하드웨어를 아무리 훌륭하게 개발해도 넷플릭스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고화질 영상을 지원할 수 없는 게 말이 되느냐”고 회사 측은 토로했다.

넷플릭스 측에 애플 아이폰에는 요구하지 않는 사항을 제시한 이유를 물었더니 “다양한 스마트폰 제조사와 상호 협의해 HDR 영상을 지원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특정 제조사와의 협의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자사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는 것이다.

해외 정보기술(IT) 공룡의 ‘갑질’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구글은 내년부터 앱장터 내 모든 콘텐츠 앱에 수수료 30%를 강제로 물리겠다고 밝혔다. 애플코리아는 국내 통신사에 아이폰 수리비와 광고비를 떠넘겼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자 지난 8월 시정안을 내놨다.

정부도 구글, 넷플릭스 등을 겨냥한 규제를 여럿 내놨다. 최근 ‘구글·넷플릭스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산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콘텐츠 사업자가 망 품질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전자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규제가 있어도 현실적으로 해외 기업을 상대로 집행하기 쉽지 않아 국내 업체만 역차별당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구글과 넷플릭스는 내심 국내 규제가 많아지길 바라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도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론 이들의 갑질을 없애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과 대항하고, 위협할 수 있는 한국의 IT 기기·콘텐츠 기업이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책의 초점을 실효성 없는 규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과 육성으로 다시 맞춰야 할 때다.” LG전자 윙폰에 대한 ‘찬밥 대우’를 지켜본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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