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與는 양보 않고, 野는 노선 불분명…기업들만 죽어난다"

입력 2020-12-20 17:32   수정 2020-12-21 02:53

“지금 기업들은 지척의 거리도 분간할 수 없는 깜깜한 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경영을 오래했지만 올해처럼 힘든 해는 1998년 외환위기 말고는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회장은 코로나19와 함께 상법과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 등 ‘반기업·친노동’ 법안이 무더기로 통과된 것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기업 경영에 부담을 늘리는 법이 무더기로 통과돼 마음이 무겁다. 기업들에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상법 개정안 통과로) 헤지펀드의 국내 활동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기업을 위한 별도의 경영권 방어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해선 경제계 의견은 무시한 채 노조 측 힘만 더 키워줘 노사관계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손 회장은 “노사가 타협하기 위해선 서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가 늘 노조 측에 기울어져 있으니 노조로선 내놓을 수 있는 것도 굳이 내놓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예방은 소홀히 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해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처벌할 테니 알아서 사고를 막으라는 건 어폐가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기업만 다그쳐서는 곤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중소기업은 CEO가 구속되면 회사가 무너지는데 과연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부터 예방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게 손 회장의 생각이다.

‘기업규제 3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보완 입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만들어질 시행령에 기업의 어려움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건의할 것”이라며 “쉽지는 않겠지만 법 시행시기 유예를 위한 노력도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향해선 여야 어디에도 기업 편이 없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의석이 너무 많아서 그런 문제가 생긴 부분도 있고, 한 번 정한 정치적 이념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사실상 방관한 것에 대한 비판 의식도 드러냈다. 그는 “야당의 노선이 불분명하고 내부에서도 서로 목소리가 다르다”며 “오히려 여당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분들도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규제 3법’과 관련해 “필요하다”며 찬성의 뜻을 밝힌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해석된다. 손 회장은 “기업들이 많이 변했음에도 반기업 정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기업들이 국민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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