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지난 8월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해 의사 국시를 집단적으로 거부했다. 전체 대상자 3172명 중 86.0%(2726명)가 9월부터 치러진 실기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 이후 의대생들은 국시에 응시하겠다고 입장을 바꿨지만, 정부는 형평성을 이유로 재시험 불가 방침을 고수해왔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의료인력 공백에 책임감을 갖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구제 방안이 마련된 상황은 아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험을 보지 못한 의대생을 구제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정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원장은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전해들은 바 없다”고 했다.
다음달 7일 시행 예정인 필기시험엔 3196명이 응시 원서를 낸 상황이다. 의대 본과 4학년 응시 대상자(3172명)보다 많은 숫자다. 지난해 필기시험 불합격자의 재응시를 고려해도 대부분의 졸업 예정 의대생이 시험을 치르는 셈이다.
의료계에선 내년 초 필기시험을 보고 난 뒤 바로 실기시험을 한 차례 더 치르는 방안으로 의료인력 수급 공백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이 원장은 “실기시험은 하루 최대 100여 명만 응시할 수 있어 2700여 명에 달하는 의대생이 시험을 치르려면 최소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며 “시험 공고와 원서 접수 등 행정 절차, 설 연휴까지 고려하면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이 문제를 가급적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관/노경목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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