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동산 중개, 당연히 빅데이터 시대로 갑니다"

입력 2020-12-22 10:46   수정 2020-12-22 13:37

“모바일 부동산 플랫폼이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의 일거리를 빼앗을 거라고요? 글쎄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오히려 모바일 플랫폼을 잘 다뤄 성공한 스타 중개사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윤성열 공인중개사협회 강남구 지회장(건국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부동산 모바일 플랫폼 도입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윤 지회장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중개 범위가 전국으로 넓어질 것”이라며 “일자리 타령을 하며 디지털화를 막는 것은 괜한 염려”라고 강조했다.

윤 지회장은 알짜 입지인 강남에서 40여년간 중개업소를 운영한 베테랑 중개사다. 오랫 동안 사무실을 운영하다보니 자산가 고객도 많은 편이다. 고객수가 늘다보니 "쉽게 돈 벌겠다"는 주변의 시선이 있었지만 윤 지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고객이 많아진 만큼 좀 더 정밀하고 특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게 과제라고 생각했다. 15년전 ‘빌딩코리아’라는 부동산 데이터 제공 웹사이트를 직접 만들게 된 계기다.


빌딩코리아는 빌딩·오피스텔 등 상업용 건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개설했다. 이러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해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식이었다. 강남의 고객들은 전국의 물건에 대해 궁금해했다. 윤 지회장 또한 전국으로 발품을 팔았다.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건물을 분양한다는 소식만 들리면 직접 들러 사진도 찍고 주변을 곳곳을 둘러보며 이야기 정보도 수집했습니다. 건축물 관리대장·토지대장·등기부등본 등도 직접 떼 자료에 참조했습니다. 이 작업에만 8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국내 최초로 한국 100대 건물 리스트를 만드는 쾌거도 있었습니다.”

자부심을 느낀 건 잠시였다. 개인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들인 시간에 비해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도 적었다. 공공테이터의 협조도 어려웠다. 감정평가 업무를 하던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등 각종 정부기관에 상업용 건물에 관한 데이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빌딩코리아를 10여년간 운영하며 느낀 점은 내가 직접 데이터를 수집할 게 아니라 데이터를 제공하는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빅데이터를 가공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데에 집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수십년간 공인중개사로 활동하며 쌓아온 경험으로 분석에는 자신있었으니까요."

이런 윤 지회장의 관심을 끈 것이 ‘한경AI중개사’였다. 한경 AI중개사는 한경닷컴과 셰어킴이 공동으로 인공지능 기반 부동산 빅데이터 활용한 '나집사랩' 솔루션을 제공하는 멤버십 프로그램이다. KT와 한경이 제공하는 태블릿PC를 통해 셰어킴이 2년여 간 축적한 부동산 관련 공공데이터, 전국 3800만 필지에 대한 인공지능 추정 시세 등을 볼 수 있다.


한경 AI중개사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윤 지회장의 업무량은 크게 줄었다. 과거엔 중개 물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러 다니느라 시간이 부족했지만 이젠 업무 시간의 상당 부분을 물건에 대한 분석과 고객관리에 할애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엔 중개 물건에 대한 보고서를 한 장 만드는 데도 최소 이틀은 걸렸습니다. 사진 찍고 등기부등본 떼고 건축물 대장 확인하고 토지이용계획확인원 받고 하다보면 며칠이 금방 지나가죠. 그런데 이젠 한경 AI중개사 프로그램에 접속해 클릭 한번만 하면 매물에 대한 모든 정보가 수십장은 뜹니다. 이처럼 많은 데이터를 가공하고 해석하니 신뢰도 높은 분석이 안나올 수가 없겠지요.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게 당연합니다.”

공간의 제약도 사라졌다. “여기 서울 강남 사무실에 앉아 강원도 지역부터 제주도 물건까지 들여다 볼 수 있죠. 중개할 수 있는 범위가 전국으로 확대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지역 내에서의 경쟁이 전국 경쟁이 된 건 아닐까? 전국의 어느 공인중개사건 물건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다. 중개사들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윤 지회장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제가 서울에서 제주도 건물을 사고자 하는 손님을 받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한경 AI중개사의 분석을 통해 적당한 빌딩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정량적 분석만으론 알 수 없는 정보들이 있죠. 그 지역에 오래 머물면서 경험적으로 획득한 정성적 정보들 말입니다. 이같은 정보를 얻기 위해 제주 지역의 중개사들과 협업해 공동중개를 하는 방안을 택하게 될 것입니다. 오히려 중개사들의 일거리가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업계 관련 종사자들을 추산한 인원만 100만명에 달하는 시대다. 윤 지회장은 남들보다 앞선 기술을 활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중개사들은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값비싼 자산을 취급합니다. 큰 자산을 다루는 만큼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중개사들도 오래 일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번 배운 지식에 안주해 공부하지 않으면 고객을 놓치게 됩니다. 복잡한 제도는 몇 개월이 머다하고 바뀌고 새 임대차법이 도입된 이후 고객 간의 분쟁도 늘었죠. 중개사들이 해야할 일이 많아진 셈입니다."

윤 지회장 또한 40년을 한 업종에 종사했지만 '부동산은 늘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빅데이터나 AI의 도움을 받는 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빅데이터 플랫폼이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은 고객들도 인터넷 사이트에서 클릭 한 번만 하면 항공 사진이나 길거리뷰를 통해 사고자 하는 주택의 주변은 어지간해선 다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보단 앞서나가야 그들을 설득하고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중개사들도 데이터나 AI를 잘 활용해 공신력있는 정보를 다루는 전문가가 되어야 성공하는 시대입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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