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평소 건강을 지키는 비결

입력 2020-12-22 17:33   수정 2020-12-23 00:06

겨울은 방어가 제철이다. 방어는 제주도에 가서 먹어야 제맛이라는데, 제주도까지는 갈 수가 없으니 아쉬운 대로 수산시장에 가서 회를 한 접시 떠왔다. 방어는 색이 붉고 기름져서 그런지 5만원어치로 열 사람이 먹고도 열 점이나 남았다. 기름이 많은 생선이라 오래 두고 먹을 수도 없다.

남은 회를 어떻게 한담. 물만두를 하면 어울릴까. 믹서기에 방어와 달걀흰자를 한 개 넣고 버튼 한번 누르니 붉은 살이 크림으로 변한다. 부재료를 무엇으로 넣을까 궁리 끝에 겨울 배추는 단맛이 나니 배추를 다져서 넣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

방어에 배추를 섞어 밀가루로 싼다. 환상적인 조합이다. 만두피를 한 개 한 개 밀어 소를 채워 만두를 만들고 보니 만두피는 다 썼는데 만두소가 서너 젓가락쯤 남았다. 버리자니 아깝고 생으로 먹자니 다른 재료도 들어갔으니 그대로 먹을 수는 없다. 기름을 조금 두르고 완자 지지듯 지졌더니 향과 맛, 질감까지 완벽하다. 방어 동그랑땡이 탄생하는 과정이다.

방어로서는 오늘 뜻하지 않게 좋은 친구들을 만난 셈이다. 방어가 만난 재료 중 밀가루는 원래 기름기를 잡아주는 재료니 찰떡궁합이고, 겨울 배추는 단맛과 아삭함을 동시에 주니 방어에 배추를 더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오늘처럼 요리에서 새로운 조합을 발견하는 이 순간은 요리사로서는 하늘의 별을 하나 발견하는 그것보다 더 기쁜 순간이다. 말이 나온 김에 서로 잘 어울리는 재료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자 한다. 중국 음식점에서 부추잡채를 주문하면 부추에 돼지고기를 함께 볶아 내온다. 부추가 조혈제면서 구충제이기 때문에 돼지고기에 있는 기생충을 잡아주라는 뜻이다.

양념도 그 성질을 알면 계절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알갱이를 갈아서 사용하는 후추는 따뜻한 성질을 지닌 양념이므로 겨울에 사용하는 것이 제격이다. 굴도 겨울에 식초에 찍어 먹으면 입맛을 돌게 하니 ‘밥맛이 없다’ 하시는 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우수식품이다. 톡 쏘는 맛을 내는 겨자는 우리 몸에 있는 열을 발산하는 작용을 하니 겨자가 들어가는 양장피나 겨자채는 한여름에 먹으면 더위가 물러간다.

짜장면을 만들 때 설탕을 넣는 것은 춘장의 주재료인 밀가루와 콩에서 혹여 날내가 날 수 있어서 조금 첨가할 뿐이지 단맛을 내려고 넣는 것은 아니다. 식용유에 고춧가루를 부어 끓여낸 고추기름은 케첩이 들어가는 모든 요리에 넣으면 케첩 색깔도 더욱 붉어지고 맛도 칼칼해진다.

사람도 살아가면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면 인생이 풍요로워지듯 음식의 재료도 어떤 재료를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요리가 되기도 한다. 이런 방법으로 챙겨 먹는다고 해도 금세 건강해지는 것이 눈에 보이는 건 아니지만 평소에 알고 있는 작은 상식 하나라도 실천하는 게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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