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대 날리고…기아차, 뒤늦은 임금 합의

입력 2020-12-22 17:45   수정 2020-12-30 15:23


기아자동차 노사가 11년 만에 기본급 동결, 잔업 25분 복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2020년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연내 타결의 마지노선은 가까스로 지켰지만 노동조합이 총 14일에 걸쳐 파업을 벌이면서 노사 모두 출혈이 컸다. 노조는 파업으로 1인당 상품권 130만원을 더 챙겼을 뿐 180만원 상당의 우리사주도 받지 못하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100만원가량의 임금도 손해봤다. 회사도 4만7000대 정도의 생산 손실을 입었다. 모두가 패배한 협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파업으로 얻은 건 상품권 130만원

기아차 노사는 22일 전날부터 열린 교섭에서 밤샘 협상 끝에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동결(호봉 승급분 제외)과 경영 성과금 15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격려금 12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15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기본급, 성과금, 격려금은 앞서 임단협을 마무리한 현대자동차 노사 합의안과 같다. 기아차가 기본급을 동결한 것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이다.

기아차 노조는 이 합의안을 끌어내기 위해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총 14일 동안 부분파업을 벌였다. 하루 네 시간씩 조기 퇴근하는 방식으로 9년 연속 파업을 이어간 것이다.

노조가 파업 대가로 더 따낸 것은 전통시장 상품권 130만원이다. 당초 회사 제시안은 상품권 20만원이었는데, 이를 150만원으로 늘린 것이다. 대신 우리사주를 잃었다. 회사는 파업하지 않는 조건으로 현대차 10주 금액에 해당하는 우리사주 지급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스스로 걷어찼다. 이날 기준 현대차 주가를 감안하면 약 180만원을 날린 것이다. 한 노조원은 “상품권과 주식을 비교하면 오히려 50만원가량 손해 봤다”며 “파업에 따라 월급이 100만원 정도 깎인 것까지 감안하면 왜 파업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사도 큰 손해를 입었다. 노조의 4주간 부분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4만7000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의 한 달치 국내 판매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금액으로는 1조원이 넘는다.
10분 잔업하고 25분치 임금 받아
최대 쟁점이었던 ‘잔업 30분 복원’은 25분으로 합의했다. 기아차는 2017년 통상임금 소송 패소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하루 30분 잔업을 없앴다. 그런데 현대차 노사가 지난해부터 잔업 25분을 5분으로 줄이되, 생산성을 높이는 대가로 임금을 보전해 주기로 하자 기아차 노조도 같은 요구를 내걸었다. 실제 일은 10분만 더하고, 30분치 잔업 수당을 달라는 것이다.

노사는 실제 일은 10분 더 하되 조합 활동을 일부 축소하고, 시간당 생산량(UPH)은 늘리는 방식으로 15분을 쥐어 짜내 25분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월급이 11만원가량 오르는 효과를 얻는다. 한 노조원은 “현대차도 그렇게 하는데, 무슨 문제냐”고 말했다.

노사는 20년 장기근속 부부 여행 지원금을 14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인상하고, 대학교 학자금 지원을 세 자녀에서 모든 자녀로 확대하는 데도 합의했다. 기아차 노조는 오는 29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과반이 찬성하면 최종 타결된다.

앞서 쌍용차, 현대차, 한국GM이 임단협을 마무리지으면서 완성차업계에선 르노삼성차만 남았다. 르노삼성차 노사 교섭은 중단된 상태다. 노조는 최근 “사측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파업 찬반 투표를 위한 조합원 총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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