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운전대 잡았는데 법원이 '무죄' 판결 내린 이유

입력 2020-12-23 15:14   수정 2020-12-23 15:15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더라도 교통방해와 사고위험을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무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손정연 판사)은 지난 6월30일 서울 성동구의 한 노래방 앞 도로에서 건물 주차장까지 약 10m 거리를 혈중알코올농도 0.032% 상태로 운전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A씨는 일행 2명과 술자리를 한 뒤 노래방에 가기 위해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다. A씨가 대리운전 기사 B씨에게 "과속방지턱이 많은데 밟고 서고 밟고 서고 하시니까 천천히 가달라. 급하신 거 있으면 다른 사람을 부르겠다"고 말하자 B씨는 "출발지로 돌아가겠다"며 말다툼이 시작됐다.

일행들이 다툼을 말려 B씨는 계속 운전을 했다. 그러나 B씨는 노래방 건물 옆 주차공간으로 진입하려다가 차 바퀴가 도로경계석에 부딪치자 노래방 건물 앞에 차를 세워 놓고 내렸다.

차는 편도 2차로 도로 중 2차로, 버스정류장과 소화전으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정차된 상황이었다.

A씨의 일행 1명은 차도로 내려가 지나가는 차가 없을 때 A씨가 차를 후진할 수 있도록 수신호를 했고 다른 일행 1명은 주차장 앞쪽에서 수신호를 했다. B씨는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A씨를 음주운전으로 신고했다.

재판부는 "차량이 해당 위치에 계속 정차돼 있으면 다른 차량의 정상적인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정도가 적지 않고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며 이를 긴급피난 상황으로 판단했다.

형법 제22조 1항은 자신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인 긴급피난의 경우 타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행인 등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운전을 부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른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해 기다리기에는 사고 발생 위험이 있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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