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말하는 사람들에 고통 줬다"…정경심 꾸짖은 재판부 [종합]

입력 2020-12-23 17:44   수정 2020-12-23 17:45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가 23일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징역 4년, 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정 교수)은 단 한번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입시 비리를 진술한 사람들이 정치적 목적, 개인적 목적을 위해 허위주장을 했다고 함으로써 법정에서 증언한 사람들을 (지지자들이) 비난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면서 이같이 꾸짖었다.

입시 비리 혐의에 관해서는 "입시 비리 관련된 동기 등을 고려할 때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고, 딸 조 씨가 서울대 의전원에 1차 합격하는 등 실질적 이익을 거둬 다른 응시자들이 불합격하는 불공정한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의 범행은 교육기관의 업무를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허탈감을 야기하고, 우리 사회의 믿음을 저버려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중 입시비리 부분은 모두 유죄로 판단했고, 사모펀드 불법투자 비리 혐의도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 부부 딸 조모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아쿠아팰리스 호텔 인턴 확인서 등은 모두 허위로 판단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의 공모도 인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참석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관련 세미나에 대해서도 "세미나 뒷풀이 활동을 위해 중간 이후에 온 것으로 확인된다"며 "인턴 활동에 관해서는 모두 허위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위조 공모'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으로서는 (조 전 장관이) 평소 친한 한인섭 센터장에게 얻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 위조는 오히려 조 전 장관이 주도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동양대 표창장 진위 여부에 대해서도 '가짜'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표창장은 다른 상장과 일련번호의 위치, 상장번호 기재 형식 등이 다르고 동양대 표창장에 날인된 총장 직인의 형태가 동양대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직인과 다르다"며 "총장 직인을 갖다 붙이는 등 위조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은 딸 조 씨의 부산대 의전원 서류 평가에 긍정 요소로 작용했다"며 "지원자 점수를 살펴볼 때 조 씨가 입학원서와 자기소개서에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기재하지 않았다면 서류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1단계 탈락했을 가능성이 있고 2단계 인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해 최종합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사모펀드 관련 혐의에서는 정 교수가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로부터 취득한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WFM 주식을 매수함으로써 2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가 유죄로 판단됐다. 정 교수가 해당 수익을 은닉하거나, 지인의 계좌를 차용해 주식거래를 한 혐의도 인정됐다.

다만 코링크PE 회삿돈 1억 5000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나 금융위원회에 펀드 투자 약정액을 부풀려 보고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사모펀드 불법투자 비리 혐의에 대해 "시장경제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피고인은 고위공직자 조국의 아내로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성실 신고할 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늘릴 목적으로 타인을 이용해 범죄 수익을 은닉하는 불법행위를 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과 남편(조국)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코링크PE에 동생 관련 증거을 인멸할 것을 지시하고 증거를 은닉해 수사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조국 전 장관은 입시비리 혐의로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이 정경심 교수와의 공모 사실을 인정하면서 조 전 장관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딸 조 씨의 의전원 입학이 취소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앞서 부산대 측은 조 씨 입학을 취소해야 한다는 항의가 빗발치자 "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국 전 장관은 판결이 나온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정경심 교수 1심 판결 결과, 너무도 큰 충격이다. 즉각 항소해서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경심 교수 재판 결과에 대해 "판결이 너무 가혹하여 당혹스럽다. 앞으로 남은 재판과정에서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반면 국민의힘은 "사필귀정"이라며 조국 전 장관을 향해 "지지자들을 위한 감성팔이는 이제 내려놓고 법의 판결에 순응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또한 마지막 양심을 가지고 국정을 혼란에 빠뜨린 죄에 대해 지금 당장 국민들께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경심 교수는 2013∼2014년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비롯한 서류를 위조하거나 허위로 발급받아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제출해 입학전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취임하자 직접 투자를 금지한 공직자 윤리 규정을 피하려고 코링크PE를 통해 차명 투자하고, 코링크PE와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어 1억5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를 시켜 자택과 동양대 연구실 PC를 빼내도록 하거나, 코링크PE 직원들에게 사모펀드 서류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정 교수는 지난 5월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된 이래 줄곧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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