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체계에도 안맞아 국회 법제실서 퇴짜당한 중대재해법

입력 2020-12-23 20:03   수정 2020-12-24 18:40



국회에 발의된 중대해재기업처벌법안이 법체계에 맞지 않다며 국회 법제실에서 퇴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힘 관계자는 23일 국회 법제실 담당자와 통화내역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법제실 관계자는 발의한 의원측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안이 법체계상 맞지 않다고 수차례 거절했다. 하지만 발의한 의원실측에선 "우리도 알고 있지만 꼭 내려고(발의) 하니 자구라도 봐달라"고 요청했다. 법안 내용에 문제가 있어 국회 법제실에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지만 법률 형식상 요건만 맞추도록 지원했다는 의미다.

정부입법이 통상 법제처를 거쳐 법률 심사를 거치듯 의원입법은 보통 국회 법제실을 통해 위헌 가능성이나 기존 법률과의 충돌 여부 등을 심사받는다. 의원입법의 경우 강제사항이 아님에도 상당수 국회 법제실 심사를 거친다.

통화내역에 따르면 법제실 관계자는 "법체계상 안맞아 안된다는 의견을 법제실에서 줬지만 해당 의원실에서 강하게 요청해서 자구만 봐준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나가려면 법체계가 맞아야 하는 데 정식으로 처리할 수 없었다"며 "편의상 자구만 봐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법안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처리해드린 것은 없고, 자구만 봐준 것이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중대재해법에 문제가 많다는 점이 국회 내부 입법절차에서도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회 법제실이 퇴짜를 놓은 법이라면 잘못된 점을 파악해서 수정하는 것이 정당한 입법 절차"라며 "이러한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졸속 처리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실에서 법체계상 맞지 않다고 한 배경은 법조계에서 나온 위헌 가능성 때문이다. 법안에 따르면 안전 보건 의무를 지닌 사업자와 경영 책임자(오너 등)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상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가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하도록 지시했을 땐 5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이는 살인죄에 준하는 고의범에 대한 처벌 형량이라는 분석이다. 현행 법 가운데 ‘징역 5년 이상’으로 처벌을 정한 범죄는 형법상 살인죄(사형, 무기 또는 5년이상 징역)와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폭행 또는 성착취물 제작·상영죄(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가 대표적이다.

산업안전 전문가인 이상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근로자의 사망이 사업주가 의도한 고의 범죄가 아닌 과실 범죄인데도 고의범으로 추정해 처벌하는 것은 기존 법의 형벌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지적했다. 그는 “범죄와 처벌 수위가 비례하지 않아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고, 사업주에 과도한 책임을 물린다는 측면에서 ‘자기 책임의 원칙’을 어겼으며 형벌 상호간 균형의 원칙도 무너진 과잉입법”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역시 이달 초 중대재해법 공청회에서 "명확성의 원칙, 책임주의 원칙 등에 위배되는 내용이 많고, 기업의 안전보건 역량에 대한 본질적·구조적 문제의 해결 없이 엄벌주의를 취하는 것만으로는 산업재해 감소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대재해법안 발의 의원실 한 관계자는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2명의 의원실 역시 법제실에 검토를 의뢰하지 않았다"며 "어느 누구도 법제실과 통화한 적도 없다.국민의힘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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