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 “富의 증식 죄악시하는 징벌적 종부세, 시장경제 근간 훼손"

입력 2020-12-23 14:58   수정 2020-12-23 18:18



지난 20일 이석연 전 법제처장(현 법무법인 서울 대표) 등 17명의 법조인과 교수가 종합부동산세 위헌 소송에 나섰다는 소식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화제를 모았다. 우선 '올 것이 왔다'는 평가다. 종부세 규모는 2018년 1조8700억원에서 내년 5조1100억원으로 수직 상승한다. 정부의 전방위적 증세 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 종부세 최고세율을 2.0%에서 3.2%로 올린 데 이어 내년엔 6.0%까지 인상한다. 보유세 과세표준(과세 기준 금액)의 산정 기반인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매년 크게 올리고 있다. 세 부담 수준과 증가 속도 모두 과해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두번째는 '이석연'이라는 이름값에 대한 기대다. 이 전 법제처장은 국내 손꼽히는 헌법 전문가다. 1985년 사법시험(27회) 합격 이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1989~1994년), 법제처장(2008~2010년) 등을 지냈다. 공직에 있지 않을 때는 변호사로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 운동가로서 수많은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약 200건의 헌법소원을 제기해 40여건의 위헌 결정을 받아냈다. 2004년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이 전 처장은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무리한 부동산 정책으로 헌법 가치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말을 수 차례 강조했다. 징벌적 수준의 종부세가 '열심히 일해서 부(富)를 늘린다'는 자유시장경제 원칙과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짓밟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가진 자를 죄인 취급하는 '편가르기' 정책이 너무 심하다"며 "단기적으로 지지율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국민을 분열시키고 사회 역동성이 떨어져 모두가 불행해진다"고 우려했다. "대통령이 특정 집단만을 위해 국정을 수행하는 것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는 것이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을 기억해야 한다"는 경고도 던졌다.

다음은 이 전 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전화로 진행했다.

▷왜 종합부동산세 헌법 소송에 나서게 됐습니까.

"정부의 반(反)시장적 정책이 날로 심해져서 이러다가 자유시장경제 근간이 무너지겠다 싶었습니다. 헌법 119조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요. 헌법재판소 판례는 '국가가 공공복리를 위해 사적 영역에 개입하더라도 실질적 법치주의에 따른 목적과 비례성 범위 안에서 최소한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합리적인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시장 개입과 재산 침탈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그렇습니까.

"시장경제 원칙을 쉽게 풀면 개인이 열심히 노력해서 이룬 성과는 불법이 없는 한 존중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헌법 정신이자 인류 보편의 기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9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하는 것을 죄악시하고 소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압살적,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평생 일해 모은 돈으로 집 한 채 산 1주택자까지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헌법정신, 나아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짓밟는 정책입니다."

▷그밖에 다른 위헌 근거가 있을까요.

"조세법률주의 공평과세원칙 신뢰보호원칙 위반, 재산권 평등권 거주이전의 자유 침해 등이 있습니다. 조세법률주의 위반이 특히 문제입니다. 헌법 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습니다. 세금을 올리려면 국회 심의 절차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룬 다음 추진하라는 얘기지요. 하지만 정부는 법률 개정 사항이 아닌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이라는 편법으로 세금을 크게 올리고 있습니다. 또 보유세는 실현되지 않는 이득에 대한 과세이기 때문에 누진세를 적용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대다수 선진국은 재산세를 단일세로 운용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재산세, 종부세 모두 누진세인 데다 누진성의 강도도 세서 공평과세원칙에 위배됩니다."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예측하기 어려운 급격한 제도 변화는 법적안정성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해칩니다. 그런데 현 정부가 전례 없는 보유세 증세 정책을 편 탓에 주택분 종부세만 2018년 4430억원에서 올해 1조4300억원으로, 3배 넘게 뛰었습니다. 내년에도 종부세 최고세율을 3.2%에서 6%로 올립니다. 국민이 대처하기 어려운 과도한 증세입니다. 여기에 부동산 양도소득세와 취득세까지 크게 올렸습니다. 이는 국가가 자의적으로 재산을 탈취하는 것과 다름 없어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큽니다."

▷정부가 왜 이런 정책을 추진하다고 보십니까.

"가진 자와 아닌 자를 '편가르기' 하는 정책이 지지율 상승과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중산층 이상의 재산을 빼앗아 다수 국민의 배 아픔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이죠. 경제의 정치화인데 정말 정부가 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이런 정책이 단기적으로 지지율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국가에 큰 손실입니다. 국민을 분열시키고 사회 갈등이 커질 것입니다. 결과의 평등만 기계적으로 보장하고 전체 국민을 하향 평준화시켜 사회의 역동성이 저하될 것입니다. 열심히 일해도 부의 증식이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면 누가 치열하게 노력하려고 하겠습니까. 결국 모두가 불행해집니다. 이런 편가르기 정책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국민 전체의 봉사자인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특정 집단이나 정당이나 단체를 위해서 국정을 수행하는 것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는 것으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문에 있는 문구입니다. 현 정부의 편가르기 정책에 정확히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투기가 서민 주거 안정을 해치기 때문에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국민을 기만하는 것입니다. 일부 투기를 일삼는 다주택자가 있지만 그들이 수백조원이 넘는 부동산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까요. 지금의 가파른 집값 상승은 정부가 시장경제원리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한 결과입니다. 그런 정책 실패를 가리기 위해 보유세를 강화한다고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애꿎은 1주택자들도 보유세 증세의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종부세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은 1주택자도 적용되기 때문이죠."

▷다른 정책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을까요.

"세입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임대차3법이나 임대사업자 혜택을 사실상 폐지한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편가르기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의도가 다분합니다. 최근엔 문재인 대통령이 '임대료 공정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코로나19 비상 사태이니 임대인이 임대료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정상적인 자본주의 국가에선 상상도 못할 발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으로 1가구 1주택을 강제하겠다는 뉴스도 봤습니다. 자유시장경제 원리 위배, 재산권, 행복추구권 침해 등 명백한 위헌 정책입니다."

▷종부세 헌법소원은 어떻게 진행할 계획입니까.

"헌법소원은 정부의 행정 처분으로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만 낼 수 있기 때문에 종부세 납세자를 상대로 청구인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청구인이 충분히 모이면 법적 절차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청구인을 대리하는 변호인단, 자문단은 강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배보윤 전 헌재 총괄연구부장 등 17명이 참여해주기로 했습니다."

▷더 보태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저는 진보도 보수도 아닙니다. 이념적 접근으로 이번 헌법소원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 관심은 오로지 헌법 가치, 헌법 정신을 지키는 데 있습니다. 정부가 종부세 인상 정책 등이 헌법 가치와 자유시장경제 원리를 훼손한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자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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