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요 산업의 신용도 전망이 암울하다. 음식료 업종을 제외한 대다수 산업의 신용도 전망이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내년엔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점쳐지고 있지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매출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23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내년 신용도 전망이 부정적인 산업(금융업 제외)은 등 총 6개다. 항공, 호텔, 정유, 소매유통, 자동차 부품, 의류 업종 등이다. 내년 신용도 전망이 긍정적인 산업은 음식료 업종이 유일하다.
최재헌 한국기업평가 평가기준실 전문위원은 "내년 글로벌 경기는 코로나19의 부정적인 영향이 완화하면서 교역 환경과 투자 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경기 회복의 폭과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올 4분기부터 국내와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어 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은 코로나19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업종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이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고 백신 효과 발현에 따른 출입국 통제가 완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업황 악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미 호텔롯데, 호텔신라의 신용등급은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항공 업종 역시 주력 사업인 여객 부문의 매출이 급감한 데다 고정비 부담이 늘면서 이익창출능력이 크게 꺾였다. 대한항공의 경우 화물 사업을 통해 실적 저하를 어느 정도 만회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본원적인 이익창출능력 악화가 불가피한 탓에 항공 업종에 대한 신용도 전망이 어두운 상태다.
정유 업종은 올해 국제유가 하락과 코로나19로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었다. 산유국 간 증산 경쟁과 수요 절벽으로 대규모 어닝 쇼크(실적 충격)가 이어졌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가시화됐지만 국가 간 이동과 소비 심리 회복으로 인한 석유 제품 수요 증가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최근 수 년 간 정유 업계 전반이 수익성 약화와 대규모 투자로 재무부담이 증가한 상황이라 내년에도 정유 업체들의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증가할 것으로 점쳐졌다.
의류 업종은 기저 효과로 내년 업계 전반의 영업실적이 회복될 전망이지만 실질적인 소비자 구매력이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됐다. 브랜드 파워가 있는 대형 업체와 온라인 채널을 확고하게 갖추지 못한 중소형 업체 간 실적 차별화가 심화할 것이란 의견도 많다.
소매유통 업종은 업황 침체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맞물려 수익성 하락 폭이 확대하고 있다. 이미 올해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떨어졌고, 롯데쇼핑은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내년에도 비대면 채널로 소비 이동이 가속화하고 온라인 공급자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됐다.
자동차 부품 업종은 자동차 수요의 더딘 회복세와 양적 성장 정체 등으로 내년에도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비해 음식료 업종은 내년에도 업체별 신용도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됐다. 올해 코로나19 여파에도 가정 취식 증가와 해외 판매 호조로 음식료 업체들의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좋아졌다.
염재화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업체별 투자 정책과 곡물 시세·환율 등 변수가 있긴 하지만 음식료 업체들은 내년에도 양호한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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