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장기불황 빠진 日에 '사망선고' 내리다

입력 2020-12-24 17:33   수정 2020-12-25 02:07

“21세기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과거의 향수에 이끌려 이미 사망 선고를 당한 ‘경제 성장’이라는 목표를 위해 연명 치료나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앞에 펼쳐진 ‘고원 사회’를 서로 인정하고 축복하는 것이다. 편리하고 안전한 세계에서 더 나아가 풍요롭고 살 만한 세상으로 이동해야 한다.”

경영 컨설턴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야마구치 슈(山口周)는 최근 출간한 책 《비즈니스의 미래(ビジネスの未 エコノミにヒュマニティを取りす)》를 통해 지난 200년간 자본주의 시스템을 지탱해왔던 성장 논리와 비즈니스 철학에 ‘사망 선고’를 내린다. ‘비즈니스(business)’는 바쁘다는 뜻의 ‘busy’와 명사형 어미 ‘ness’로 이뤄진 단어다. 비즈니스는 재화나 서비스 등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판매함으로써 돈을 버는 행위를 의미한다.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은 늘 바쁜 게 당연하다. 비즈니스는 사람을 늘 바쁘고 지치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언젠가는 그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비즈니스는 이미 역사적 임무를 끝낸 것이 아닌가”라고 묻는다. 책을 통해 비즈니스의 미래를 가늠해 보고 자본주의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전작 《뉴타입의 시대》에서 개인의 성공에 관한 기존의 사고와 규범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이 책에선 기업과 조직, 사회 시스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명한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것을 제안한다. 자본주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묻는다. 정체된 성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자본을 투입하고 혁신을 도입하기보다는, 지금 우리가 위치한 자리를 냉정하게 인정하고 완전히 새로운 경제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갑고 냉정한 경제에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휴머니티를 결합해야 하는 시대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경제성장이론과 시장 원리에서는 늘 목표가 중요했다. 목표라는 고지를 향해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야만 했다. 고지에 도달해 목표가 달성되면 곧 또 다른 목표가 주어졌다. 계속해서 매출과 이익을 올리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올라갔지만, 그러는 사이 인간성은 말살됐고, 인간이 아닌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경제가 저성장에 빠진 것이 아니다. 성장이 완료된 것이다. 더 이상의 성장은 불가능하다.” 이 책은 주류 경제학자들의 뒤통수를 칠 만큼 도발적인 선언을 한다. ‘고원(高原)사회’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면서, 높은 지대에 펼쳐진 넓고 환한 고원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제안한다. 저자는 말한다. “고원사회의 실현은 인간성에 기초한 노동과 소비다. 그리고 오르막이 아니라 넓은 평원에서의 삶을 위한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 교육, 복지, 세금 등 사회 기반을 완전히 새롭게 설계해야만 한다.”

일본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철학 전공자의 마르크스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오랜 기간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일본 경제계에 신선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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