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외친 與…경제활성화법 눈길도 안 줬다

입력 2020-12-25 17:17   수정 2020-12-26 00:59

정부·여당이 연내 통과를 목표로 추진했던 주요 ‘산업 생태계 혁신’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혁신 성장을 외쳐온 당정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급한 과제는 미뤄둔 채 ‘기업 규제·처벌법’ 통과에만 신경 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에 묶인 주요 혁신법
25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가 비대면 산업 육성의 일환으로 연내 통과 필요성을 밝혔던 ‘비대면 중소벤처기업 육성법’ 제정안은 소관 상임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비대면 기업 지원을 위한 5년간 규제 면제 특례조항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비대면 혁신 벤처기업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영국의 ‘규제 모라토리엄(유예)’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이지만 논의가 나아가지 못한 채 국회에 묶여 있다.

중소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 촉진을 위한 ‘중소기업 스마트제조혁신 지원법’도 발의(송갑석 민주당 의원)만 된 채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산자위 관계자는 “지난달 소위에 회부돼 아직까지 본격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며 “아직 여러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법안 역시 정부가 빠른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핀테크 육성 내용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 역시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 이름으로 발의됐지만 상임위(정무위)에 묶여 연내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이 법안과 관련해 핀테크와 빅테크 업체를 통해 이뤄지는 금융 거래의 지급결제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놓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법안엔 카카오페이, 토스 등 전자금융업자도 은행처럼 결제계좌를 직접 발급·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소액 후불결제 업무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법안은 정부가 제시한 ‘디지털뉴딜 10대 입법과제 31개 법안’ 중 하나로 당초 금융당국이 연내 통과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처리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당장 해당 법안의 통과를 전제로 사업을 준비하던 핀테크 업체들의 사업 차질도 불가피해졌다.

10년 가까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도 있다. 18대 국회부터 9년째 국회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대표적이다. 이원욱 민주당,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21대 국회 들어 다시 발의했지만 ‘의료 영리화’가 우려된다는 이유 아래 논의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심사 과정에서 규제 얹어지기도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제정안)을 단독 통과시키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여당이 규제 완화와 산업 생태계 혁신을 위한 법안 처리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반기업법은 빠르게 추진하는 반면 규제 완화 내용이 담긴 경제활성화 법안은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추진 의지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정부가 경제계를 위한다며 통과시킨 기존 경제활성화 법안들도 사실상 ‘반쪽짜리’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보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정부안에 없었던 형사처벌 규정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신설됐다. CVC가 벤처기업에 투자한 지분을 총수 일가 또는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에 매각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했다. 당초 대기업의 벤처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게 법안 취지였지만 각종 족쇄가 늘어나면서 투자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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