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 장인들의 연합 '크래프트 길드'서 따와…도전 멈추지 않는 '게임명가'

입력 2020-12-25 17:22   수정 2021-01-01 16:20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게임 제작의 명가(名家)가 되겠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사진)이 FPS(1인칭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블루홀스튜디오(현 크래프톤)를 설립하며 내건 회사 비전이다. 2007년 창업 당시 그는 이미 벤처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했다. KAIST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던 1997년 23세의 나이로 네오위즈를 세우며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네오위즈에서 만든 인터넷 자동접속 프로그램 ‘원클릭’,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 등은 큰 인기를 모았다. 2005년 네오위즈를 나와 검색엔진 업체 ‘첫눈(1noon)’을 만들어 이듬해 네이버에 350억원에 팔았다. 이 돈을 밑천으로 다시 창업에 도전해 만든 게임 제작사가 블루홀스튜디오다.

첫 사명인 블루홀은 바다 한가운데 깊게 패인 싱크홀을 뜻한다. 사내 공모를 통해 채택된 이 사명에는 ‘블랙홀을 연상시키는 블루홀처럼 흡입력 있는 기업이 되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후 2018년 현재의 크래프톤(KRAFTON)으로 바꿨다. 장 의장이 중세 유럽 장인들의 연합인 ‘크래프트 길드’에서 착안했다. 그는 게임 명가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장인정신’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장인정신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keep the craftsmanship on)는 뜻을 담은 합성어로 사명을 탄생시켰다.

크래프톤이 개임 개발사 간 일종의 ‘연합 체제’를 이루고 있었던 점도 사명 변경의 계기가 됐다. 크래프톤은 여러 개발사를 인수한 뒤 연합 체계를 구축했다. 장 의장이 개별 게임 개발사들의 개성과 리더십을 존중하는 방식의 경영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2015년 인수했던 게임업체 지노게임즈(현 펍지스튜디오)가 2017년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했고, 크래프톤은 ‘대박’을 쳤다. 배틀그라운드는 2017년 3월 시범 출시된 뒤 최단 기간(16일) 내 100만 장 판매 기록을 세웠다. 작년 말 기준 PC와 콘솔용 판매량은 5500만 장, 모바일용 다운로드는 6억 건을 넘어섰다.

배틀그라운드 흥행에 힘입어 크래프톤은 2018년 연매출 1조원을 넘긴 데 이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등극했다. 크래프톤은 현재 장외시장에서 20조~30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크래프톤은 내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0월 미래에셋대우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달 들어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MMORPG) PC게임 ‘엘리온’을 출시했다. 게임업계에선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큰 크래프톤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엘리온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식재산권(IP) 사업 확장에도 도전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8월 드라마 제작사 히든시퀀스에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히든시퀀스와 함께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한 게임 IP를 활용해 드라마, 영화 등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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