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기준선 밑돈 韓銀 BSI…"못 믿겠다"

입력 2020-12-27 17:14   수정 2020-12-28 01:15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대표적 경기선행지표인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통계가 작성된 2003년 후 긍정적·부정적 신호를 가늠할 기준선(100) 위를 단 한 번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실물경제를 예민하게 포착한다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등과 비교해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은이 매달 발표하는 전산업 업황 BSI는 통계를 작성한 2003년 1월부터 지난 11월까지 100을 웃돈 달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BSI는 기업의 현재 경기 인식을 조사한 지표로, 100을 밑돌면 부정적이라고 답한 기업이 긍정적이라고 본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100을 웃돌면 긍정적이라고 답한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BSI는 줄곧 50~90선에서 움직였다. 18년이란 긴 시간과 몇 번의 경기 사이클에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최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12월과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올 4월의 51이었다. 최고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5월에 기록한 95였다.

한은 BSI가 항상 비관적 전망에만 치우쳐 있다 보니 수요자들의 판단을 흐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BSI가 100을 넘은 적이 없어 상승하는지 하락하는지만 점검할 뿐 수치 등에 큰 의미 부여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도 한은 BSI를 참고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에서 발표하는 PMI는 성격은 한은 BSI와 비슷하지만 신뢰도가 다르다. PMI는 50을 기준치로 이를 넘으면 제조업 경기가 확장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 PMI는 기준선인 50을 수시로 넘나들면서 ‘경기 리트머스’ 역할을 하고 있어 파급력이 크고 신뢰도가 높다. 올 들어서도 41.5~59.3을 오갔다. 중국 PMI도 올 1월 50.0에서 2월 35.7로 급락했다가 3월 50선을 회복한 뒤 50선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은 BSI는 기업 담당자에게 현재 업황 수준을 ‘좋음, 보통, 나쁨’ 등 세 항목으로 묻는다. 비교 대상·시점 없이 직관적인 답을 유도하는 질문이다. 통상 기업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추세와 태도가 반영되면서 실제 경기보다 부정적 수치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ISM은 통상 미국의 400개 구매·공급 임원을 대상으로 생산, 신규 수주 등 5개 항목이 직전월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묻는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ISM은 각각 항목 결과에 가중치를 적용해 직접 PMI를 산출한다. 한은도 이처럼 가중치를 적용해 BSI를 새롭게 산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BSI 개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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