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체감경기 좋았던 적 없다고?" 한은 BSI, 믿을 수 있나

입력 2020-12-27 10:21   수정 2020-12-27 11:51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대표적 경기선행지표인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통계가 작성된 2003년 후 긍정적·부정적 신호를 가늠할 기준선(100) 위를 단 한번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든 나쁘든 BSI는 50~90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실물경제를 예민하게 포착한다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등과 비교해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 좋든 나쁘든…BSI 100 미만
27일 한은에 따르면 매월 발표하는 전산업 업황 BSI는 통계를 작성한 2003년 1월부터 지난 11월까지 100을 웃돈 달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BSI는 기업의 현재 경기 인식을 조사한 지표로 100을 밑돌면 부정적이라고 답한 기업이 긍정적이라고 본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100을 웃돌면 긍정적이라고 답한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BSI는 줄곧 50~90선에서 움직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12월과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 4월에 기록한 51이 최저치였다. 최고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경제가 본격 회복 국면에 들어선 2010년 5월에 기록한 95였다. 경기 등락에 관계없이 기업 체감경기는 2003년 이후 비관론에 물들어 있는 것이다. BSI가 실제보다 경기를 더 부정적으로 가리키는 만큼 통계 수요자들의 판단을 흐린다는 비판도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BSI가 100을 넘은 적이 없어 상승하는지 하락하는지만 점검할 뿐 수치 등에 큰 의미 부여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BSI 지표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미미하다. BSI가 올랐다는 발표가 나온 지난 10월27일과 11월 25일 코스피지수는 각각 0.79%, 0.62% 하락했다.

한국 BSI와 달리 미 공급관리협회(ISM)에서 발표하는 PMI는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미국은 물론 전세계 증시에 영향을 미친다. PMI는 50을 기준치로 이를 넘으면 제조업 경기가 확장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 10월 미 PMI가 전월 55.4에서 59.3으로 상승했다고 발표된 직후인 지난 11월 3일.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1.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23% 상승했다.
"한국판 PMI로 재설계 해야"
미국 PMI의 신뢰도·파급력이 높은 것은 기준선인 50을 수시로 넘나들면서 '경기 리트머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도 41.5~59.3을 오갔다. 한은의 BSI와 PMI는 통계 산출 방식부터 판이하다.

한국은행의 전체 산업 업황 BSI는 기업 담당자에게 현재 업황 수준을 ‘좋음, 보통, 나쁨’ 등 세 항목으로 묻는다. 비교 대상·시점 없이 직관적인 답을 유도하는 질문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단순 통계를 내서 지수를 뽑는다. 통상 기업들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추세와 태도가 반영되면서 실제 경기보다 부정적 수치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ISM은 통상 미국의 400개 구매·공급 임원을 대상으로 생산, 신규수주, 공급 운송시간, 재고, 고용 등 5개 항목을 묻고 '전달'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묻는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ISM은 각각 항목 결과에 가중치를 적용해 직접 PMI를 산출한다. 예컨대 신규수주와 생산에 가중치를 높게 적용하고 재고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중치를 적용하는 식이다.

한은도 이처럼 가중치를 적용해 BSI를 새롭게 산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BSI 통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연간 수억원가량의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평가다. 한은은 설문조사 대가로 조사대상 업체에 두 달에 한 번씩 1만원의 문화상품권을 '수고비' 명목으로 지급한다. 통계를 담당하는 직원(통계조사원)에게 지급하는 임금도 적잖다.

한은 관계자는 "새로 BSI를 산출하면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등 시계열이 단절될 수 있다"며 "새로운 개편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산출 방식을 다시 짜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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