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4년차 징크스' 촉발시킨 '추-윤·조국 사태' [홍영식의 정치판]

입력 2020-12-27 11:04   수정 2020-12-27 11:14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4년차 징크스는 피하지 못할 운명인가.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집권 4년차만 되면 각종 악재들로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고 국정 동력이 빠진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집권 4년차가 되면 왜 그럴까. 정권의 힘이 센 임기 초반에는 각종 의혹들이 묻혀 있다가 지지율이 본격 하강 곡선을 긋는 시점이 되면 여기 저기서 물 위로 오르게 마련이다. 또 임기 끝이 다가오는데 임기 초 내세웠던 각종 정책과 과제들이 지지부진 할 경우 조급증을 나타내고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임기 초 내세웠던 타협, 협치는 사라지고 완력을 통한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방식의 유혹을 못벗게 된다. 특히 국회에서 여당의 의석이 뒷받침 된다면 더욱 그렇다. 역대 정권 공통적 특징이다. 5년 단임제의 한계다.

여권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비롯, 소위 개혁 입법으로 내세웠던 것을 일방적으로 처리하고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를 강행한 것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내년으로 넘어가면 4월 보궐선거가 치러지고 그 직후엔 본격 대선국면이 전개되기 때문에 올해 밖에 시한이 없다는 것이 여당의 판단이다. 윤 총장을 그대로 두면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라임-옴티머스 사태, 울산시장 하명 수사 사건, 신라젠·우리들 병원 의혹 등 각종 권력형 수사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여권의 우려가 깔려있다. 보궐선거와 대선 향방을 가를 수도 있는 휘발성 높은 매우 민감한 사건들이다.

이런 무리수들은 종종 정교한 플랜으로 진행되지 않기 십상이다. 시한에 쫓기다 보니 무리수를 두고, 그 후유증은 역으로 여권에 부메랑처럼 돌아오곤 한다. 문재인 정권에서 그 시작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조 전 장관 발탁 당시 여권 내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적지 않았다. 여권이 강력한 우군으로 여겼던 윤 총장도 조 전 장관 기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여권과 윤 총장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몇몇 여당 의원들도 청와대와 조 전 장관에게 직접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지명했다. 조 전 장관 일가 의혹들이 불거지자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기자에게 익명을 전제로 “청와대 참모들 모두 책임지고 사표를 써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조 전 장관에 이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기용은 문재인 정권 4년차 징크스 진입의 2탄이 됐다. 그는 지난 1월 초 취임 직후부터 검찰 인사를 시작으로 윤 총장과 ‘전쟁’에 들어갔다. 그러나 윤 총장 찍어내기를 위한 전략과 전술이 정교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검사 출신의 한 야당 의원은 “추 장관이 검찰 조직을 만만하게 봤다”며 “공룡 조직 검찰을 수술할 땐 누구도 꼼짝하지 못하게 과녁을 면도날로 도려내야 하는데, 기관총을 이리 저리 난사하다 자신이 맞은 꼴”이라고 혹평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추다르크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그의 거세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은 일면 유효성도 있지만, 보다 섬세해야 할 행정가로서는 맞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그 결과는 윤 총장에 연전연패. 화룡정점은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인용한 것이다. 앞서 법원이 자녀 입시 비리 등 15가지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징역 4년형을 선고한 것에 이어 문재인 정권에 큰 타격을 안기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추 장관은 대통령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기고 윤 총장만 대선 주자로 우뚝서게 한 꼴이 됐다.

문재인 정권의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백신 확보는 때를 놓쳤을뿐 아니라 도입 문제를 놓고 정부 내 혼선을 보였다. 글로벌 제약사 얀센으로부터 내년 2분기 중 백신 600만명분을 들여오기로 했고, 미국 제약사 화이자로부터는 내년 3분기 1000만명분을 수입키로 했으나 구체적인 도입 시기를 못박지는 못했다. 백신 없는 겨울을 넘기게 돼 불안감을 막지 못하고 있다.

24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은 지속되고 있다.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소방수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발탁했지만, 그의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정의당까지 반발하고 있다. 그의 부동산 해법도 “실패로 끝난 부동산 정책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반전의 계기를 찾기도 쉽지 않다. 역대 정권은 집권 말 레임덕을 돌파하기 위해 사정카드를 들고 나오곤 했다. 그러나 사정카드는 더 이상 유효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은 역대 정권에서 이미 증명됐다.

남북한 관계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여의치 않다. 내년 초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도 당분간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두기 어려운 국면이다. 코로나19 대처, 미·중 관계, 이란 핵 문제 등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대북 문제를 ‘톱다운(top down)’이 아닌 ‘보텀업(buttom up)’ 방식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 실무진들의 검토 작업이 끝난 다음 대북 정책의 윤곽이 드러난다는 얘기다. 그 시기는 내년 하반기는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몇달 남지 않은 시점이다. 우리는 대선 국면에 본격 돌입한 시기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문제 돌파구로 삼으려 하는 남북한, 미·북 간 정상회담은 임기 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마무리 등 검찰 개혁을 통해 반전을 찾으려 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수는 있지만, 중도층 마음을 다시 끌어오기에는 동력이 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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