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주 싼값에 넘기고 알선수수료 따로 챙기고…사모펀드 '천태만상'

입력 2020-12-27 14:03   수정 2020-12-27 14:46


사모펀드 운용사 임직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펀드에 손실을 끼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운용역이 펀드로부터 우량주를 헐값에 사들이는가 하면, 투자회사로부터 뒷돈을 받는 등 불법·일탈 행위가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18개 전문사모운용사에 대한 검사 결과 불법행위가 확인된 운용사들에 대한 제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27일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 7월 사모운용사 전문검사단을 꾸린 뒤 8월부터 2023년 완료를 목표로 233개 운용사에 대한 전수검사에 들어갔다. 라임처럼 비시장성 자산이 과다하거나 주요 환매중단 펀드와 관련된 18개 운용사가 우선 검사대상에 올랐다.



검사에선 운용사 임직원들이 고객 자산인 펀드 자금을 개인 투자에 활용한 사례가 확인됐다. A운용사 대표와 운용역들은 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우량 비상장주식을 싼값에 배우자 등 명의로 사들였다. 이 중 일부는 매수가격에 두 배 가량 웃돈을 붙여 당일 제3자에 다시 팔아치웠다. 이런 식으로 A운용사 임직원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수십억원에 달했다.

B운용사는 투자대상 업체가 과거에 투자받은 자금을 목적과 다르게 사용했다는 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펀드를 새로 설정하는 과정에서 판매사에 이런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펀드는 해당 업체의 부실이 불거지며 수십억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C운용사 임직원들은 자산운용사가 부동산 대출 관련 업무를 겸영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들은 부동산 개발 시행사들에 대주단을 통한 대출을 중개·주선해주는 대가로 수백억원의 뒷돈을 챙겼다. 이 돈은 운용사 고유계정이 아닌 임직원들이 따로 세운 회사로 흘러들어 갔다.

이밖에 펀드설정 대가로 운용사 임원이 투자업체로부터 수억원의 뒷돈을 받거나, 판매사 요구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를 설정·운용하는 등 사례도 적발됐다.

김정태 금감원 전문사모운용사 전담검사단장은 “검사 과정에서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드러난 만큼 업계에 경종을 울리고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일부 사례를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다만 요주의 회사를 우선 검사한 결과로 현재 사모운용업계에 만연한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사에서)일부 ‘약탈적 금융’ 사례들을 적발했지만 라임이나 옵티머스처럼 대규모 투자자 피해를 수반하는 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판매사와 운용사, 신탁사, 사무관리사 등 업계가 9043개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실시 중인 자율점검은 지난 18일 기준 50.5%가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자율점검은 옵티머스 사태 방지를 위해 펀드 운용자산의 실재 여부 및 투자제안서와의 일치 여부 등을 다자간 서류 대조를 통해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아직까지 운용자산이 실재하지 않거나 법규 위반 등 중요한 특이사항은 보고된 적 없다”고 덧붙였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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