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가장 큰 리스크는 '트럼프의 시간끌기' [조재길의 월스트리트나우]

입력 2020-12-28 08:12   수정 2021-01-24 00:30

산타 랠리(Santa Claus rally)는 매년 12월의 마지막 5거래일과 새해의 첫 2거래일 동안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뉴욕 증시 거래 연감에 따르면, 1950년 이후 이 7거래일 동안 매년 평균 1.3% 주가가 올랐던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연말 쇼핑 시즌에 맞춰 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란 설과, 연말 연초의 들뜬 분위기 덕분이란 설, 휴가철로 거래량이 줄어 주가 상승을 유도한다는 설, 그리고 공매도 기관들이 이 시기에 집중 휴가를 떠나기 때문이란 설 등이 대표적이죠.

이번주는 산타 랠리의 핵심 주간입니다. 그런데 다른 해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입니다. 지난 1년 내내 그랬던 것처럼, 코로나가 다른 큰 이슈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추가 부양책 논란도 코로나 사태에서 파생한 이슈입니다.
대형 기술주와 공모주가 끌어온 뉴욕 증시
올해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보건 위기를 맞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큰 기회가 됐던 해이기도 했습니다.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을 한 직후 뉴욕 증시가 급락했는데, 바로 V자로 회복했지요.

S&P 500 지수는 3월의 저점 이후 65% 급등했고, 연간 기준으로도 지금까지 15% 올랐습니다. 나스닥은 저점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가량 뛰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와 중앙은행(Fed)의 유례없는 유동성 공급이 배경이었습니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대형 기술주가 시장을 주도했고, 스노플레이크 에어비앤비 도어대시 등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공모주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올해 뉴욕 증시의 공모 금액은 1650억달러(447개 사)로, 21년 만의 최대치였지요.

다만 지난주 증시에선 거래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성탄절 휴일이 낀데다, 크리스마스 전날도 오후 1시에 조기 폐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3.5일 정도 문을 열었는데, 코로나 뉴스 홍수 속에서 변동성이 크지 않았지요.

한 주 기준으로 다우지수는 0.1% 올랐고, S&P 500은 0.2% 내렸습니다. 나스닥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구요. 이번주도 신정 휴일이 끼어 있어 4일만 개장합니다.
핵심 이슈에서 비켜난 코로나 전개 추이
코로나 이슈가 증시를 움직이는 핵심 요인이지만 재료가 상당부분 증시에 반영돼 있습니다. 코로나 재확산과 변이 바이러스 등장, 이에 따른 경제 봉쇄 확대는 악재이나 초기에 비해선 투자자들이 둔감해진 것 같습니다. 화이자 및 모더나 백신의 대량 배포와 같은 호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변이 바이러스는 미국이 아니라 영국에서 등장했고, 각국이 즉각적인 조치에 나섰기 때문이 증시에 제한적인 영향만 줬습니다.

최근 들어선 부양책 이슈가 더 크게 부각됐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부양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강력 시사했기 때문입니다.

부양책은 통과되지 않았을 때의 역효과 때문에 폭발력이 더 클 것 같습니다. 상·하원은 지난 7월부터 협상해 총 8920억달러의 부양책을 확정했는데, 트럼프는 “낭비 요인을 줄이고, 현금 지급액을 늘리라”며 서명을 거부했습니다.

이 부양책엔 미국인 1인당 600달러의 현금 지급, 실업자에 대한 주당 300달러의 추가 실업수당,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위한 급여보호프로그램(PPP) 연장, 항공사 등 운송부문 지원, 임차인의 강제 퇴거 금지시한 연장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법안 시행이 늦어지면 1000만 명의 장기 실업자는 즉시, 380만 명은 수 주 내 실업급여가 끊길 우려가 있습니다.

내년 예산안도 문제입니다. 이 법안은 1조4000억달러 규모의 예산안을 묶었는데, 예산 집행이 안될 경우 29일부터 연방정부의 일시적 셧다운이 불가피합니다. 작년에도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예산 문제로 연방정부가 3주일 간 셧다운된 적이 있는데, 이게 재연될 수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 열흘 간 시간 끌기 전략 나설 수도
트럼프의 선택은 세 가지입니다.

우선 막판에 이 2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지출 법안(9000억달러 부양책+1조4000억달러 예산안)에 서명하는 겁니다. 서명을 거부했던 이유에 대해 충분히 호소했다고 판단해 파국을 피하자는 거지요. 외신 일각에선 이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대통령 권한으로 거부권을 바로 행사하는 겁니다. 그럼 상·하원 의회가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거나, 기존 법안을 힘으로 통과시켜야 합니다. 지금으로선 종전과 똑같은 법안을 의회가 그대로 재의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의회에서 3분의 2가 찬성하면, 대통령 서명이 없더라도 법안이 확정돼 바로 시행되기 때문이죠. 이미 상원에선 기존 법안이 91대 7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습니다.

마지막 가능성은 트럼프가 ‘거부권 행사’에 대한 엄포만 놓은 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겁니다. 일종의 시간 끌기이죠. 법적으로 대통령은 의회에서 송부 받은 법안에 대해 일요일을 제외한 열흘 동안 숙고할 권한이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법안이 자동 시행되지만, 계속 미루다 마지막 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럼 매우 복잡한 상황이 전개됩니다. 의회 폐회 기간과 맞물려 재상정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태도를 보면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좀 더 높아 보입니다.
미국 차기 정부의 정책을 좌우할 조지아주 선거
뉴욕 증시는 다음주 화요일(내년 1월 5일)로 예정된 조지아주의 상원의원 결선 투표도 주목할 것으로 보입니다. 차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실행력을 좌우할 중요한 선거이기 때문이죠.

미 상원의원은 총 100석인데, 현재 공화당이 50석, 민주당이 48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2석의 향배가 이날 결정됩니다. 민주당이 2석을 모두 가져가면 대통령-하원-상원을 다 차지하는 ‘블루 웨이브’(blue wave)가 완성됩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절반씩 의석을 확보하는 셈이지만, 동수일 경우 민주당 소속의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쥐기 때문이죠. 각종 법안을 만들고 정책을 추진하는 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시장은 이걸 악재로 받아들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표 공약이 증세와 규제 강화이기 때문입니다. 공화당이 한 석이라도 가져가면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막을 수 있습니다. 증시는 이를 호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조지아주 결선 투표에서 어느 쪽이 유리한 지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증시가 반응할 수 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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