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딸 동양대 표창장 위조, '마비노기'에 덜미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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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2-28 11:07   수정 2020-12-28 14:07

정경심 딸 동양대 표창장 위조, '마비노기'에 덜미 잡혔다



"죄질이 좋지 않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 적이 없다."

법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이자 동양대 교수인 정경심 씨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중형을 선고하면서 한 말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는 23일 열린 정 교수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입시비리 혐의 전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의 주장대로 '정 교수가 딸 조민 씨를 위해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의 증거가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진 배경에는 ▲조씨의 표창장이 다른 동양대 상장 형태와 다른 것 ▲압수된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된 딸 조민 상장 위조 관련 파일 ▲최성해 동양대학교 총장을 비롯해 관련자들의 증언 등이 주된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압수된 동양대 강사휴게실 PC 1호의 2013년 6월 16일자 사용 내역에 비추어 피고인은 서울대 의전원 입시서류 제출 마감일 2일 전인 2013년 6월 16일 해당 PC를 이용해 일련의 (위조) 작업을 했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압수된 동양대 강사휴게실 PC 1호에서 정 교수 아들 조씨의 동양대 최우수상 상장 스캔본·'총장님 직인.jpg' 파일·'조민 표창장 2012-2.pdf'파일 및 당시 정 교수가 나눈 카카오톡 캡처 파일과 조씨의 다른 인턴십 확인서 파일 등이 나왔는데, 해당 자료들을 통해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작업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동양대 강사휴게실 PC 1호에서 발견된 인터넷 접속기록, 저장된 파일의 사용 내역, 해당 PC에 정 교수 가족들 관련 문서가 다수 발견된 점을 근거로 해당 파일 작성자가 정 교수라고 지목했다.

저장된 파일의 기록 중 빼도박도 할 수 없는 증거가 담긴 판결문 일부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검찰이 정경심 교수가 썼다고 본 PC가 그의 자택에 있었다는 덜미를 잡게된 주요 증거는 의외로 게임 '마비노기'였다.



위조 표창장 파일 발견된 평소에 정경심이 쓰던 대학 컴퓨터라는 점에서 정 교수 측은 대학 소유물이니까 본인 말고 다른 사람이 건드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해당 컴퓨터에 밤에 누군가 마비노기를 깔아놨다는 점 때문에 집에 가져갔다는게 걸리고 말았다.

판결문 해당 부분에는 강사휴게실 PC 1호의 바탕화면에 MMORPG 게임인 마비노기 게임의 바로가기 파일을 만든 날짜가 2014년 3월 14일 밤 10시 52분으로 돼 있다.

변호인이 제출한 포렌식 자료중 확인되는 마비노기 게임 바로가기 파일의 생성시각과 강사휴게실 PC1 호의 폴더에 존재하는 마비노기 게임 바로가기 파일의 수정시각이 일치하는 점에 비추어 위 두 파일은 동일한 파일인 것으로 판단된다.

위의 사실에 비추어 정경심 또는 정경심 가족이 2014년 3월 14일 밤 10시 42분 강사휴게실 PC 1호를 이용해 마비노기 게임 설치파일을 다운로드 받고 같은날 10시 52분경 설치를 마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정경심 또는 정경심 가족이 위 시간대에 강사휴게실 PC 1호를 사용할 이유가 없는 점을 종합하면 강사휴게실 PC 1호가 위 일시에 피고인의 자택에 설치돼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네티즌들은 "조국 가족 중에 누가 마비노기 깔아놔서 컴퓨터 집에 가져갔던 거 딱 걸림ㅋㅋㅋㅋ", "정경심이 '제가 밤 10시에 강사휴게실 컴퓨터로 마비노기 깔은거거든요? 하면 웃길 듯", "마비노기는 못 참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재판부는 표창장 위조의 증거로 활용된 강사 휴게실 PC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정 교수 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PC를 넘긴 조교 김모씨는 제출을 강요받은 사실이 없고 검찰에 임의제출한 것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않고도 조사할 수 있는 임의수사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설령 위법수집 증거가 인정되더라도 표창장을 위조한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혐의 중 업무방해·허위작성공문서행사·증거은닉교사 혐의에 대해 조 전 장관과의 공모를 인정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판결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1심 판결 결과가 너무나도 큰 충격"이라며 "즉각 항소해서 다투겠다"고 밝혔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조 전 장관 측의 대응과 관련해 "정경심 교수 판결문이 571쪽에 달한다. 쟁점이 되었던 모든 사안들에 대해 놀랄 정도로 디테일하고 꼼꼼하게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들을 내리고 있다"라며 "재판부가 하나 하나 얼마나 애써서 확인하고 판단했는지 알 수 있다. 조국 교수 지지자들이 함부로 비난할 판결문이 전혀 아니다. 재판부가 정말 고생 많이 했다"고 말했다.

유 평론가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법원의 이번 판결을 격하게 비난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판결문을 조금이라도 읽은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러고서도 아직도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니,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국민에게 사과도 하고, 서초동에 모였던 지지자들을 놓아줄 때인 것 같다. 2심에서는 잘못을 빌고 선처를 호소하면 형량은 많이 경감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조언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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