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18일째 김용균母 "민주당 찾아와 '집에 가라'고만…"

입력 2020-12-28 15:37   수정 2020-12-28 15:56


산업재해로 사망한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2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관련 정치권 논의에 대해 "국민들 시선이 무섭고 재계의 시선도 무서우니 (정치인들이) 눈치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18일째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김 씨는 이날 라디오 전화연결에서 "저희 보고 집에 가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를 계속적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과 23일 두 차례 김 씨와 고(故)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씨 등이 참여하고 있는 농성장을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24일 농성장을 찾았다. 김 씨는 "(단식 중인) 우리 몸을 걱정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자기네들 처지가 그러니 그분들(민주당) 이익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닌가 하는 눈치"라고 했다.

김 씨는 "(민주당은) 그 많은 법들을 다 그냥 단독으로 처리했지 않느냐"며 "민생법안 중 제일 큰 게 생명안전법이고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이라 생각하는데, 국회의원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법안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며 야당의 불참 속에 단독 통과시킨 공정경제 3법과 노조법 개정안 등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중대재해법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건데 왜 안 하고 있는지 많이 답답한 상태"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법 제정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선 야당도 찬성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14일 농성장을 찾은 적 있다. 김 이사장은 "주 원내대표가 저희한테 와서 법 통과시킬 거라고 계속 얘길 했었다"며 "여야 할 것 없이 다 얘기를 그렇게 했는데도 진척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과 정부가) 회의를 한번 했을 뿐 정말 되는 게 하나도 안 보이니까 저희가 집에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민주당 법사위원들과 정부 측은 중대재해법안 중 10여 개 조항에 대해 수정·보완 필요성을 제시했다.


야당이 불참한 채 열린 소위 회의에선 독소 조항으로 지적됐던 '인과관계 추정' 조항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벌금형의 상한을 두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영업허가 취소 등 행정제재 조치가 법안에 포함돼 있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언급됐다. 이날 소위에서 민주당은 결론을 내지 못했고 28일 국회에 제출될 정부 의견을 참고해 29일 2차 법사위 소위 회의에서 논의될 여당 단일안을 만들기로 했다. 중대재해 관련 법안은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3건을 비롯해 정의당 안, 국민의힘 안 등 총 5건이 발의돼 있다.

의원 발의안을 수정해 만들어진 정부안의 뼈대는 50인 미만 등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법을 적용하자는 내용이다. 법 일괄 적용 시 중소기업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이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법 제정안 3건엔 공통적으로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 적용을 4년 유예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반면 산업재해 피해자 유가족과 정의당은 전체 사업장 중 50인 미만 점유율이 99%에 달하고, 중대재해의 85%가 이들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며 적용 유예를 반대하고 있다.

정부안엔 산재 발생 시 사업주의 책임을 추정해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인과관계 추정'도 처벌이 아니라 가중처벌의 요건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여당이 단일안을 내놓으면 법사위 소위에 출석해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라 29일 소위에서 야당과의 합의안이 나올 수도 있다. 한 국민의힘 법사위원은 "법 체계를 뒤흔드는 조항은 민주당도 꼭 수정해 가야한다는 의견인 것으로 안다"며 "단일안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고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단일안을 내라 하는데 그런 전례가 없다"고 했다. 이날 제출될 정부 의견에 대해서는 "의원 발의안이 있고 정부안이라는 것은 토론 과정에서 참고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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