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美·中 갈등 '어부지리' 끝났다

입력 2020-12-28 17:00   수정 2020-12-29 00:13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가 끝난 지난 18일, 베이징이 공개한 내년도 8대 중점업무추진계획 중 우리의 눈길을 끄는 새로운 정책이 두 가지 있다. 전략적 기술혁신과 안정적 산업공급망 확보다. 이는 올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한 기술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정책에 대해 중국이 ‘반도체 굴기’로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 봄, 관세전쟁으로 시작된 갈등은 이젠 두 나라가 국운(國運)을 건 패권전쟁으로 확전됐고 그 중심에 ‘기술 냉전’이 있다. 미국 것을 훔치고 베낀 기술력으로 도전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국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워싱턴의 의지는 단호하다. 인민해방군의 스파이기업으로 낙인찍힌 5G(5세대) 통신장비 선두주자 화웨이가 첫 철퇴를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처음에는 미국의 반(反)화웨이 압력에 반발하던 영국, 독일 등 유럽연합(EU)이 돌아선 것은 물론 브라질 같은 제3세계 나라까지 동참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자국 통신사에 화웨이 장비를 모두 제거할 것을 명령했다.

미국의 강수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간 미국의 대학, 연구소 등에서 일하던 인민해방군과 연관된 중국인 연구자들이 비자 발급 거부로 미국에서 쫓겨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공산당원 195만 명의 명부가 해외로 유출됐다. 그들이 보잉, 롤스로이스 같은 방산업체에서까지 근무하고 있던 것이 밝혀져 대대적인 색출작업이 벌어질 것이다.

아무리 워싱턴이 강하게 나와도 이 정도는 14억 인민이 똘똘 뭉치면 돌파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베이징이 정말 위협을 느끼는 것은 반도체 전쟁이다. 정보화시대에 반도체 없이는 화웨이 통신장비, 스마트폰 그리고 중국이 자랑하는 항공모함킬러 둥펑(東風) 미사일도 만들 수 없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겨우 16% 수준이다. 그나마 삼성, 인텔 등 외투기업을 뺀 순수한 중국 기업의 생산 비중은 7%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의 압력으로 화웨이에 파운드리 반도체를 공급하던 대만 TSMC가 거래를 끊고 아예 공장을 애리조나로 옮기겠다고 한다. 인텔 또한 탈(脫)중국을 서두르고 있다. 나름대로 반도체산업을 육성해보겠다며 2014년부터 국가 지원으로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반도체 자급률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베이징은 반도체 굴기의 마지막 희망을 파운드리 생산 국유기업인 SMIC에 걸고 있다. 최대 8년까지 법인세를 면제해주며 정부 돈을 묻지마(!)식으로 퍼붓고 있다. 그런데 미국 기술과 반도체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기존의 조치에 더해 얼마 전 미 상무부가 ‘SMIC, 화웨이 등 60개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인의 투자를 금지’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은 5G 통신장비와 반도체산업에서 이 같은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을 누려왔다. 그렇다면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는 내년에도 이 같은 어부지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힘들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외로운 늑대처럼 강력한 ‘중국 후려치기(China Bashing)’와 미·중 디커플링 정책을 펼쳤다면, 민주당 정부는 ‘동맹과 함께하는 중국 봉쇄정책’을 펼칠 것이다. 방위비 분담 같은 돈 문제로 우리를 압박하지 않는 대신 인도·태평양 동맹, 쿼드(Quad), 남중국해 군사분쟁 등에서 우리에게 분명한 선택을 요구할 것이다. 더욱이 반(反)화웨이 동맹이나 반도체전쟁은 단순한 무역수지 다툼이 아니라 미국의 안보 이슈다. 한·미 동맹으로 맺어진 우리나라가 지금까지와 같이 “화웨이 통신장비와 반도체는 민간 기업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가 중국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 원래 미국과 가깝던 일본, 호주, 캐나다는 물론이고 중국에 우호적이었던 EU, 인도가 완전히 돌아섰으며 한때 미국과 싸운 베트남까지 반중(反中)전선에 동참했다. 남중국해와 히말라야 영토분쟁, 홍콩보안법 등 나름의 이유로 중국에 대한 그간의 환상에서 깨어난 것이다. 다가오는 2021년 동맹의 시대, 우리도 정부는 물론 삼성, LG 같은 기업 차원에서도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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