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개인들은 12월만 되면 갖고 있던 주식을 처분하기 바빴다. 연말 차익실현을 하거나 세금 문제를 피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12월에도 개인이 주식을 모으며 코스피 2800선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높아진 유동성, 내년도 주가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 등이 반영된 결과다.
개인의 12월 유가증권+코스닥 시장 순매수액은 이날까지 4조2377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12월 순매수액 중 가장 많다. 지난해(-4조8103억원)와는 정반대다. 개인들이 12월에 순매수를 한 것도 2007년(1684억원) 이후 13년만이다. 양도소득세, 배당소득세 등 세금 신고를 꺼려하는 고액자산가들이 12월에는 매도로 대응하기 때문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개인들이 주식시장의 추세적 상승세를 예상하고 있다. 매수 여력도 충분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28일 기준 64조408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2조4532억원 늘었다.
배당락일을 전후로 한 매매 전략도 개인들의 '매수 방향'을 분명히 보여줬다. 통상 배당락일 전날 개인은 순매도하고 배당락일에 다시 사는 패턴을 반복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0년부터 배당락일 순매도액보다 배당락일 순매수액이 많았던 때는 2015년과 2016년 두 번 뿐이다. 각각 차액도 1000억원 이하다. 올해는 차액이 6227억원에 달한다. 높아진 개인발(發) 유동성을 보여주는 숫자다.
개인들도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개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우(1조9998억원), 삼성전자(1조6556억원), 롯데케미칼(2032억원) 순이었다. 기대 배당수익률이 높은 삼성전자우를 집중매수했다. 하지만 배당락일에는 삼성전자를 708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1539억원), 셀트리온(1506억원), LG화학(907억원) 등도 샀다.
이 영향으로 12월 순매수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2조3630억원), 삼성전자우(2조1255억원), 현대차(2616억원), 롯데케미칼(2259억원), KT&G(2169억원) 순으로 다시 줄을 섰다. 고배당주인 KT&G를 제외하고는 모두 내년 실적 개선세가 예상되는 경기민감주다.
고윤상/한경제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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