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부터 외설까지…수십 km 그림이 하늘에 떴다

입력 2020-12-30 11:37   수정 2020-12-30 11:48


독일 한 비행기 조종사가 유럽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이 시작된 것을 기념해 비행경로로 '초거대 주사기'를 그려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조종사처럼 최근 하늘에 반경 수십~수백㎞의 그림을 그리는 사례는 올해들어 유독 빈번하다. 비행경로로 특정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거나 누군가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마치 유행처럼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외부와의 접촉이 힘들어지자 이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하늘에 다양한 그림으로 자신들의 메시지를 알리고 있다.

3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의 아마추어 조종사인 새미 크라이머(20)는 지난 23일 경항공기로 독일 남부에서 이륙해 주사기 모양의 경로로 약 200km를 비행했다. 그의 비행 경로는 실시간 항공기 비행경로를 보여주는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에 선명하게 남았다. 이 비행으로 크라이머가 그린 주사기는 길이가 70여㎞에 달하며 주삿바늘 끝에 백신 방울이 맺힌 것까지 표현됐다.

크라이머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코로나 백신 접종에 반대한다"며 "내 행동은 이들이 백신접종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이트레이더24에는 앞서 코로나에 대한 대응을 독려하는 또 한명의 조종사가 그림을 남겼다. 지난 3월 한 오스트리아 비행사가 비행 궤적으로 '집에 머무르라'(STAY HOME)는 경고의 메시지를 '한붓 그리기' 방식으로 선보여 네티즈들에게 유쾌함을 선사했다. 당시 오스트리아 정부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적인 공공장소 이동 제한령을 내리며 집에 머물도록 권고하는 상황이었다.

비행은 오스트리아 동부와 독일 노인키르셴 지역에 걸쳐서 이뤄졌다. 글씨가 매우 정교한 탓에 네티즌들은 "비행으로 가능한 일이 맞느냐"며 그림판으로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전 세계적 인종차별 시위로 번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추모 시위를 지지하는 궤적도 등장했다. 당시 캐나다의 한 조종사는 자국의 상공을 주먹 모양으로 비행하며 플로이드를 추모했다. 움켜쥔 주먹은 반인종차별의 상징이다.

러시아의 한 비행사는 다소 외설적인 그림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알렸다. 지난달 9일 러시아에서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영웅이자 축구대표팀 주장인 아르템 주바가 대표팀에서 제외되자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비행기 조종사가 남성 성기 모양의 궤적으로 비행했다. 주바가 대표팀에서 제외된 이유가 자위 행위 영상이 온라인에 유출된데 따른 것인데 비행사들은 "그게 왜 대표팀 탈락 사유가 되느냐"며 항의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그림을 그리는데 사용한 도구가 개인용 소형 비행기가 아니라 '무려' 보잉737 여객기였다. 러시아 포베다 항공사 소속인 조종사 2명의 이같은 행동으로 비행기 도착은 20분이 지연됐고 그들은 결국 경찰 조사를 받았다.


올해 스포츠 경기 현장 응원이 힘들어지자 비행 궤적을 활용해 응원 메시지를 보낸 사례도 있다. 미 뉴욕주에 연고를 둔 프로 미식축구팀 버펄로빌스의 한 열혈 팬은 지난 10월 자신의 비행기를 타고 뉴욕주 상공을 약 90분간 비행하면서 완벽한 버펄로빌스의 로고를 비행기로 그렸다. 버펄로빌스 구단은 공식 SNS를 통해 "하늘에 버펄로가 나타났다"며 환호했고, 팬들 사이에서도 "진정한 예술작품"이라며 찬사가 이어졌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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