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주방부터 미니보험까지…'대한상의 샌드박스'서 맘껏 뛰노는 스타트업들

입력 2020-12-29 17:05   수정 2020-12-30 01:04

공유주방 스타트업 심플프로젝트컴퍼니(위쿡·사진)의 김기웅 대표는 지난해 5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을 찾았다. 주방 공유를 허용하지 않는 식품위생법 탓에 사업을 진행하기 힘들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공유주방은 주방 하나를 여러 사업자가 공유함으로써 창업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혁신 서비스다. 하지만 국내에선 사업 진행이 쉽지 않았다. 한 사업자의 식재료가 오염되면 다른 사업자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를 담은 식품위생법이 주방 공유를 막았다.
세계 최초의 민간 샌드박스
박 회장은 김 대표에게 일시적으로 규제를 유예해주는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할 것을 권했다.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곧바로 샌드박스에 도전했고 지난해 7월 ‘임시 허가’를 받았다. 박 회장은 이 같은 성공 사례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고민의 결과물이 지난 5월 출범한 ‘대한상의 민간 샌드박스’다.

샌드박스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모래 놀이터(sandbox)처럼 기업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 또는 면제해주는 제도다. 세계 각국에서 샌드박스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대한상의와 같은 민간 기관이 샌드박스 신청을 도맡아 처리해주는 사례는 한국이 유일하다.

박 회장은 지난 23일 출입기자단과의 송년 인터뷰에서 “민간 샌드박스 출범 후 200여 일간 84건을 처리했을 만큼 바쁘게 일했다”며 “신청 서류를 줄세우면 상의가 있는 남대문에서 국회까지의 거리인 6.5㎞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샌드박스 제도에도 한계는 있다. 현행 법령이 불합리하지만 법을 바로 바꿀 수 없으니 임시로 테스트해보자는 것이 샌드박스의 골자다. 사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으면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대한상의는 이 점에 주목해 민간 샌드박스 출범 초기부터 국회의 문을 두드렸다. 박 회장은 “샌드박스 승인기업 대표들과 함께 해당 사업의 법안을 다루는 상임위원장과 간사를 찾아 조속한 법령정비를 부탁했다”며 “국회 안에서만 하루에 7㎞를 걸은 날도 있다”고 말했다.

벌써 11개 법률 개정
박 회장과 대한상의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11개의 법률이 개정됐고, 소관 부처가 유권해석을 내리거나 하위법령을 바꾼 ‘적극행정’도 17건에 이른다. 대다수 의원이 스타트업 규제 혁파에 공감했다는 것이 대한상의 측 설명이다. 60년 만의 식품위생법 개정이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지난 9월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이달 들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발의부터 통과까지 채 석 달이 걸리지 않았다.

대기환경보전법 개정 과정에서도 대한상의가 거간꾼 노릇을 했다. ‘폐배터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하는 데 성공했다. 법 개정으로 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근거가 마련됐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평가다. ‘택배알바 안심보험’ 같은 생활밀착형 미니보험을 적은 자본으로 출시할 수 있게 한 보험업법 개정안,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를 폐기해 민간 인증서 춘추전국시대를 열게 한 전자서명법 개정안 등도 대한상의가 개정을 설득한 법안으로 꼽힌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며 “내년엔 가사도우미 스타트업을 합법화할 수 있는 가사근로자법(가칭) 제정,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해외진출법 개정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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