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현의 논점과 관점] 남의 일 아닌 中의 '마윈 때리기'

입력 2020-12-29 17:07   수정 2020-12-30 00:32

중국 거부(巨富) 마윈의 자국 금융당국 비판이 알려진 지난 10월 24일까지만 해도 사태가 이렇게 흘러갈 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그가 상하이 와이탄서밋에 나와 한 기조연설 내용은 이랬다. “혁신가는 감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뒤떨어진 감독을 두려워한다.”“미래의 시합이 규제 경연 시합이 돼서는 안 된다.”

직설적이긴 하지만 미국과 ‘혁신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못 받아들일 정도의 비판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그로부터 두 달 만에 그가 창업하고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알리바바그룹은 창사(1999년)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은 당국으로부터 사실상 해체 요구를 받고 수용의사를 밝혔다. 알리바바도 반독점 조사에 직면해 궤멸 우려가 커졌다.
중국이어서 가능한 일
아무리 중국이 공산국가라고 하지만 마윈이 밉보였다는 이유만으로 이러는 것은 아니다. 우선 앤트그룹은 중국 금융 시스템 전반을 뒤흔들 위협요인이 됐다는 우려에 직면했다. 이 회사는 주 수익원인 신용대출 자산을 기반으로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충당했다. 이 잔액이 2017년 말 기준 3090억위안(52조원)에 달했다. 대출받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코로나 사태로 무너질 경우 메가톤급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알리바바도 “구글·페이스북보다 더 강력하게 개인정보를 취합하고, 동선을 추적한다”(뉴욕타임스)는 지적을 받는다. 중국은 소상공인 등에 대한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올해 초 11년 만의 반독점법 개정에 나섰다. 공산당은 내년 핵심 경제정책 중 하나로 ‘반독점 규제’를 제시한 상황이다. ‘마윈 때리기’를 즉흥적이라고 섣불리 비판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더라도 상장 후 가치가 4500억달러(49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던 기업의 상장이 강제 중단되고, 국유화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중국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文정부 기업장악 시도 멈춰야
문제는 한국에서도 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기업 길들이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상 시장경제가 못 박혀 있기에 중국처럼 우악스러운 방법이 동원되지 않을 뿐이다.

그 중심엔 정부 영향력 아래에 있는 세계 3위(3분기 말 운용자산 785조원) 국민연금이 있다. 국민연금은 300여 개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100여 곳은 10% 이상 보유한 기업들의 ‘슈퍼 갑(甲)’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적극적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업 경영에 개입해온 것에서 더 나아가 내년 초 도입을 추진 중인 ‘투자기업 이사회 구성·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세워 개입 의사를 노골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사회가 CEO 승계 방안을 공개하라”든가, “적대적 인수 시도가 있어도 경영진 보호를 위해 자본구조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포함돼 있다. 기업들이 수용하기 힘든 내용이다.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 방향을 알리려는 것일 뿐”이라고 하지만, ‘오락가락 의결권 행사’로 감사원 지적까지 받은 마당에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만약 국민연금이 곧 시행될 감사위원 분리선출, ‘3%룰’을 활용해 기업 이사회·감사위원회에 친여 인사를 앉힐 경우 정부 정책을 거스르는 자율경영은 어려워진다.

출범 후 줄곧 시장원리보다 이념에 따라 경제를 운영해 실패를 거듭한 문재인 정부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부동산이 모두 그랬다. 성과가 탁월한 정부라도 비판받을 시도를 ‘낙제생’이 하고 있으니, 이런 걱정거리가 없다. 그나마 중국처럼 대놓고 경영권을 빼앗지 않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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