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환경운동가 장악' 의식했나…환경장관에 '정치인' 한정애 발탁

입력 2020-12-30 16:00   수정 2020-12-30 16:31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후임으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환경부 장·차관이 모두 환경운동가 몫이었던 점은 감안하면 정치인 출신 한정애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환경운동가 출신 환경부 장관의 입김이 환경정책에 미치는 힘이 막강하고 지자체와의 소통 미흡 등의 문제점을 의식해 분위기 쇄신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文 정부, '환경운동가 출신' 장관 고수…한정애 '이례적 행보'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환경부 장·차관을 모두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채운 바 있다. 김은경 전 장관은 지속가능성센터 지우 대표를, 안병옥 전 차관은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2018년 11월 개각으로 차관은 환경부 내부 출신으로 바뀌었지만 장관은 다시 환경운동가 출신이 맡았다. 조명래 장관은 한국환경회의 공동대표를 거친 대표적인 환경운동가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장관급 인사 발표를 통해 환경부 장관 자리에 3선 국회의원 출신 한정애 후보자를 발탁했다. 한정애 후보자는 환경단체 출신이 아닌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출범 이후 환경부 장관 자리를 두고 줄곧 고수해 온 원칙에서 벗어난 셈이다. 그 배경으로 환경운동가 출신 환경부 장관이 종종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거나 환경정책에 강력한 힘을 발휘해 논란을 낳은 것들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조명래 장관은 올해 1월 강원 화천 산천어 축제에 대해 "(축제는) 생명을 담보로 한 인간 중심의 향연이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해 강원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조명래 장관은 또 지난 정부에서 승인했던 강원 양양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취소하는 등 환경운동가 시절의 소신도 정책에 그대로 반영해 소통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양양군 관계자는 "관료 출신은 지역경제 파급력 등을 균형 있게 고려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환경부 요직에 환경단체 출신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목소리가 미치는 강도가 높아졌다"며 "케이블카 사업을 적폐로 몰면 80%가 산지인 양양군이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또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큰 파장을 낳은 인물이다.

김은경 전 장관은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2017년 12월부터 작년 1월까지 사표 제출을 요구해 이 중 13명에게서 사표를 받아낸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의 공모직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장관이 점찍어 둔 후보자가 임명될 수 있도록 지시를 내리는 등 채용 비리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김은경 전 장관 등이 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씨에게 사표를 제출하라고 종용하고, 김씨가 불응하자 ’표적 감사‘를 벌여 2018년 2월 물러나게 한 뒤 친정부 성향 박모씨를 후임자로 임명하려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달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청와대는 이번에도 시민단체 출신을 염두에 뒀지만 결국 한정애 의원을 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애 의원과 함께 환경단체 출신인 김제남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물망에 올랐엇다.

김제남 수석은 환경단체인 녹색연합 등에서 활동한 인물로, 19대 총선 때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정의당으로 옮겨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지냈다.
文 대통령 "한정애, 탁월한 업무 추진력 갖춰…탄소중립 방점"
문재인 대통령은 한정애 후보자의 전문성과 업무 추진력을 기반으로 당면 현안인 기후 위기 대응과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에 방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통합 물관리체계 구축, 미세먼지 저감, 폐기물 처리·재활용 등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낼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정애 후보자는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와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로 활동해 환경 분야 정책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한정애 후보자는 19, 20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로 활동했고, 20대에서는 여당 간사위원을 맡아 상임위원회를 이끌기도 했다.

청와대는 "한정애 후보자는 노동운동가 출신 3선 국회의원으로 민주당 정책위 의장으로 활동하는 등 정책에 대한 통합적 시각과 균형 잡힌 조정능력을 갖췄다"며 "특히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와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환경 분야 정책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탁월한 전문성과 업무 추진력을 바탕으로 당면현안인 기후위기에 대응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통합 물관리체계 구축, 미세먼지 저감, 폐기물의 효율적 처리·재활용 등 주요 정책과제 이행에 가시적 성과를 이뤄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정애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에 임명될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는 처음으로 환경부 장관에 오르는 정치인 출신 인물이다. 전 정부를 통틀어서는 지난 2003~2004년 제8대 장관을 지낸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이후 17년 만에 배출되는 정치인 출신 환경부 장관이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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