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중대입법재해'는 처벌 안 하나

입력 2020-12-30 17:32   수정 2020-12-31 00:25

세밑 국회가 시끄럽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놓고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다음달 8일 강행 처리를 공언하고 있다. 진퇴양난의 모습도 감지된다.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2중대’ 정의당도 반발하고 있다. 경제계 반대는 말할 것도 없다. 산업재해 유가족도 여당을 압박했다. 고(故)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씨는 “정부안은 참고조차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의 사망 등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 등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 9월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최우선 입법 과제”라며 시동을 걸었다. 당초 정기국회 처리를 추진했다. 위헌 소지에다 형법 체계에도 안 맞는다는 비판이 발목을 잡았다.
과잉처벌 여전한 정부안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출신인 한정애 정책위원회 의장도 법 제정보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무게를 실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산업안전법 개정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며 소극적이었다. 내년 2월 나올 대법원 양형기준위원회의 산안법 양형기준 개정안을 보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달 초 이 대표는 임시국회 처리를 못 박았다. 고(故) 김용균 씨 2주기 때였다.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논의가 본격화했다. 이제는 상임위 전문위원과 법무부, 법원행정처까지 명확성, 책임주의, 포괄위임금지 등의 위헌 가능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정부 단일안을 만들어오라”며 책임을 정부로 돌렸다. 법무부 등은 지난 28일 정부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안은 위헌시비를 피하기 위해 미세조정은 했지만 여전히 맹점투성이다. 우선 사고 책임 여부와 무관하게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책임자를 특정해 처벌하는 조항을 그대로 뒀다. 장관·지방자치단체장은 처벌 대상에서 슬그머니 뺐다. 재해 책임과 관계없는 기업 오너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남겨뒀다. ‘사업 운영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로 엮었다. ‘2년 이상의 징역’이란 하한 처벌 규정도 그대로다.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는 조항이다. 징벌적 배상제도 남아있다. ‘10배 이하’에서 ‘5배 이내’로 수위만 조금 낮췄다. ‘명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 조항’도 여전히 모호하고 포괄적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졸속 입법' 후유증 심각
지난 10년간 국내 산업재해 사망자는 연평균 2200명에 달했다. 산업현장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기업에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처벌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처벌도 명확한 과실에 대해 이뤄져야 하고 감내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처벌 자체가 기업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또 다른 산재가 돼서는 곤란하다.

임시국회는 이제 8일 남았다. 여당은 이미 ‘칼’을 뽑았다. 20일째 단식을 하며 울부짖는 유가족을 외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내심 노동계 표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힘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임대차 3법 개정 때 그랬고 기업규제 3법, 노동 3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대북전단금지법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과잉 졸속 입법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으로 돌아간다.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은 전셋값 급등으로 나타났다. 미국 등은 한국의 인권 수준을 의심하며 대북전단금지법 재고를 압박하고 있다. 지금 진정 필요한 건 중대재해법이 아니라 중대입법재해의원처벌법이 아닐까 싶다.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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