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위기가 코로나 탓? 기업·자영업자는 전부터 힘들었다

입력 2021-01-01 09:00   수정 2021-01-01 11:54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한해였다. 코로나19의 확산세는 모든 생활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때문에 경제 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역대급 고용 한파도, 내수 침체도, 기업 부진도 모두 코로나19 때문이라는 말로 설명이 됐다.

하지만 이와 같이 모든 경제·사회적 상황의 원인을 코로나19에 돌리면서 정작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이었을지를 가늠하기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간 통계는 보통 1년의 시차를 두고 나온다. 코로나19가 오기 전, 2019년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각종 통계는 2020년 말에서야 발표됐다. 주요 통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이전의 한국의 모습'을 정리해본다.
①기업은 코로나 전부터 힘들었다
기업체들은 2019년 큰 폭의 이익 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영리법인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2019년 영리법인의 영업이익은 219조8390억원으로 2018년 284조4190억원에 비해 22.7% 감소했다. 영리법인은 법인세를 신고한 전체 법인 가운데 의료법인, 학교법인 등 비영리 성격의 법인을 제외한 것으로 통상 모든 기업을 의미한다. 반도체 공급 과잉에 따른 단가 하락 여파가 컸던 것으로 통계청은 보고 있다. LCD 등 전자부품 단가하락, 유가 하락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영업이익이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31.5% 감소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중견기업은 2.0%, 중소기업은 10.3% 이익이 줄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의 타격이 가장 컸다. 제조업 영업이익은 40.1% 감소했다. 금융보험업의 이익도 25.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40.6%), 숙박음식업(50.3%), 전문과학기술업(66.0%) 등은 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영리법인 기업 수는 75만2675개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영리법인에서 일하는 종사자 수는 1.1% 증가한 1037만1000명이었다. 매출액은 4987조원으로 1.9% 증가했다.

'2019년 기업생멸행정통계'에 따르면 2019년 새로 경제활동을 시작해 매출을 내거나 상용근로자를 고용한 신생기업은 99만7000개로 1년 전보다 8.4% 증가했다. 새로운 기업이 증가하는 것은 경제의 활력을 일으키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구체적인 통계를 보면 경제활력과는 무관한 업종이 많았다. 신생기업 중 25%가 개인 부동산 법인이었다. 개인 부동산업 법인은 24만4000개로 6.8% 늘었다.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확대 등에 따른 것이다. 2020년 이 제도가 갑작스레 폐지되면서 2021년 이후의 통계에선 다시 대폭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는 업종이다. 부동산 법인은 9000개로 증가 폭이 27.8%에 달했다. 전체 신생 법인기업 수(7000개)보다 부동산 법인이 많았다.

신생기업의 89.6%는 1인 기업이었다. 대표자 연령대는 40대(27.7%)가 가장 많았다. 50대는 25.7%였는데, 전년 대비 증가율이 9.2%로 높았다.

2018년 소멸한 기업은 69만2000개였다. 이중 도소매업이 17만5000개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업(20.5%), 숙박·음식점업(20.0%)이 등이 소멸기업 전체의 65.8%를 차지했다.

지난해 영리기업 중 매출액이나 상용근로자가 있는 활동기업은 652만7000개로 1년 전보다 4.4% 늘었다. 2017년 새로 생긴 기업의 1년 생존율(2018년 기준)은 63.7%로 전년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 20% 이상 고성장 기업 중 사업자등록 5년 이하인 '가젤기업'은 1246개로 7.5% 늘었다.
②고용은 늘었다는데
기업들이 부진했던 2019년 일자리는 오히려 증가했다. '2019년 일자리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는 2402만개로 1년전인 2018년에 비해 60만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고용은 경기의 후행지표라는 점이다. 경기가 나빠진다고 해서 고용이 곧바로 감소하는 게 아니라 어느정도 시차를 두고 줄어든다는 것이다. 기업이 인력 감축을 위해서 해고보다는 신규 채용 중단을 선택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2019년의 기업 부진 여파는 대체로 올해 반영된다고 봐야한다.

두번째 이유는 늘어난 60만개 일자리의 질이다. 늘어난 60만개의 일자리 중 정부가 공급한 60세 이상의 직접 일자리 비중이 절반이 넘는 34만개에 달했다. 경제의 중추로 꼽히는 40대의 일자리는 건설업 부진 등의 여파로 5만개 감소했다. 대기업 일자리는 6만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8년 7만개 증가에서 증가폭이 감소했다. 중소기업 일자리는 23만개, 비영리기업 일자리는 32만개 증가했다. 일자리 증가에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③치킨집 호황? 사실은
2020년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도 2019년부터 힘들었다. 소상공인 절반 이상이 빚을 졌고, 매출과 이익도 감소했다.

'2019년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 사업체 수는 277만 개로 전년보다 3만개(1.1%) 늘었다. 소상공인은 업종별로 상시근로자가 5~10명 미만이면서 연매출은 10억~120억원 이하인 사업체를 뜻한다.

2019년 소상공인 사업체당 매출은 2억3470만원으로 2018년보다 40만원 줄었다. 사업체당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00만원 감소한 3300만원에 그쳤다. 업종별로 보면 수리·기타 서비스업(-14.5%) 숙박·서비스업(-7.9%) 도·소매업(-2.7%)의 영업이익 감소 폭이 컸다.

사업체당 부채는 1억7100만원으로 전년보다 5.2% 줄었지만 부채 보유비율은 3.5%포인트 늘었다. 빚을 진 사람이 늘었다는 말이다. 전체 소상공인 사업체의 51.9%가 빚을 지고 있었다. 임대료 부담도 늘었다. 사업체당 평균 보증금은 2290만원, 월세는 127만원이었다. 전년보다 각각 4.4%, 4.2% 증가했다.

소상공인이 대부분인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프랜차이즈(가맹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 매출은 74조2130억원으로, 전년보다 5조9530억원(8.7%) 증가했다.

치킨점의 매출은 2018년 4조2470억원에서 작년 5조2970억원으로 24.7% 늘었다. 배달비 유료화와 가격 인상 효과를 봤다. 가정용세탁(17.0%), 피자·햄버거(15.8%), 김밤·간이음식(14.4%), 카페(13.7%) 등의 매출도 많이 올랐다.

전체 가맹점당 매출은 3억4400만원으로 조사됐다. 의약품 가맹점이 10억6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편의점(5억5200만원), 자동차수리(4억700만원), 제과점(4억500만원), 문구점(3억88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총량 기준으로 매출 증가폭이 컸던 치킨집의 가맹점당 매출은 2억600만원으로 하위권이었다. 주점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9990개로 전년보다 14.4% 급감했다. 2013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 1만개 아래로 떨어졌다.
④소득 증가폭 둔화·빚 증가...팍팍해진 가계
기업과 소상공인 실태조사 등에서 드러난 침체의 그림자는 개인의 삶에 그대로 영향을 줬다. 2019년 가구의 소득 증가는 미미한 가운데 빚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의 가계 소득지표와 2020년 3월에 조사한 부채현황이 담겨있는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9년 가계의 평균 소득은 5924만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2017년 4.1%, 2018년 2.1%에 이어 매년 증가폭이 줄어들고 있다.

정부 보조금이 포함된 공적이전소득은 18.3% 증가했다. 근로장려금과 아동수당 지급이 늘어나서다.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한 가구소득은 5467만원으로 전년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세금과 사회보험료 지출은 710만원으로 전년 대비 2.6% 늘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과 비교하면 6.7% 증가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양도소득세 증가, 건강보험료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현상도 확인됐다. 2020년 3월 기준 가구당 부채는 8256만원으로 전년 대비 4.4% 늘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대의 부채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30대 부채는 1억82만원으로 전년 대비 13.1% 뛰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불안감을 느낀 신혼부부 등 30대들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한 영향으로 파악된다.

소득 양극화는 대체로 개선됐다. 소득 분배 상황을 보여주는 지니계수(처분가능소득 기준)는 2019년 0.339로 전년(0.345)보다 0.006포인트 낮아졌다. 지니계수가 0에 가까울수록 평등도가 높은 것이다. 소득 5분위 배율은 6.54배에서 6.25배로 개선됐다. 상대적 빈곤율은 0.4%포인트 감소한 16.3%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부 보조금을 제외한 시장소득을 기준으로는 세 가지 분배지표가 모두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 주도 분배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⑤평균 수명 늘어났지만, 고령화 그늘도
사회 발전에 따라 개인의 평균 수명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9년 생명표에 따르면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83.3년으로 1년 전에 비해 0.6년 증가했다. 생명표란 현재의 연령별 사망 수준이 유지된다면 특정 연령의 사람이 앞으로 몇 살까지 살 수 있을지를 추정한 통계표다. 기대수명은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70년 이래 전년 대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볼 때 2019년 출생아 기대수명은 전년 대비 0.55년이 늘었는데, 이는 1987년 0.59년 증가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하지만 고령화의 그늘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줄어드는 게 각종 통계에서 확인되고 있다. 2020년 8월 확정 발표된 2019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30만2700명으로 전년 대비 2만4100명 감소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 출산률은 0.92명으로 0.06명 감소했다. 2년 연속 1명에 미치지 못했다.

2019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초혼 신혼부부 수는 99만8000쌍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5만4000쌍 줄어 처음으로 100만쌍 미만이 됐다. 통계청은 매년 11월1일을 기준으로 결혼한지 만 5년이 되지 않는 부부를 신혼부부로 분류하고 있다. 신혼부부 수가 줄어든 것은 결혼을 선택하는 데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이 수반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살 집을 구하기 어려운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2019년 신혼부부의 주택 소유율은 42.9%로 2018년 43.8%에 비해 0.9%포인트 하락했다. 금융권 대출 잔액이 있는 부부 비중은 85.8%(85만6972쌍)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대출이 있는 신혼부부의 대출금 잔액 중앙값은 1억1208만원으로 1년 사이 1208만원(12.1%) 늘었다.

각종 통계에서 드러난 2019년의 모습은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 더욱 증폭됐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다. 2021년 각종 경제지표가 반등하더라도, 2019년 수준 이상의 성장경로로 진입했는지, 2020년의 기저효과에 따른 가짜 반등인지를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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