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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한경 신춘문예] "내가 머물렀던 자리 돌아봐…주변에 귀 기울일 것"

입력 2020-12-31 16:41   수정 2021-01-01 03:42

12월의 당선 소식은 그동안 내가 머물렀던 자리들을 되돌아보게 했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내가 시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던 날이 있다. 그 사람에게 내 말이 어떻게 들렸는지 몰라도 나에게는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진심으로 떨리는 일이었다. 그 사람은 담담하게 내가 쓴 시를 읽어주었고 그때의 그 벅찬 순간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줬다.

어디에나 쓸쓸한 소식이 번지던 한 해가 지났다. 이겨내겠다는 말이 무색하게 시간은 흘러 새해가 밝았고 크게 변한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1년을 더 보낸 내가 조금 더 성장했음을 느낀다. 무언가를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삶의 순간들에 주목하는 시를 써나가고 싶다. 나와 함께하는 시간들을 담아나갈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기회를 준 한국경제신문과 내 시에서 가능성을 봐준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린다. 같은 자리에서 말없이 나를 헤아려준 친구들과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린다. 혼란스러운 날에 그들이 있어 말하고 싶은 것들을 변함없이 써내려 갈 수 있었다.

나와 내게 주어진 것들을 믿는다. 견고한 나와 내 작품이 되기 위해 주변에 귀 기울이되 나를 잃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창작을 해나갈 것이다. 한 사람으로서 창작자의 몫은 모두에게 동일하다는 마음으로 해 볼 수 있다. 내게 곁을 내어준 신께도 감사드린다.

■ 차원선 씨(본명 고보경)는

△1993년 대전 출생
△중앙대 작곡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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